‘신의 한수’ 78수…하사비스 "알파고 약점 알게됐다"
이세돌 9단은 13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에서 첫 승을 거둔 뒤 기자회견에서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한 판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은 것은 처음이다”며 “이번 승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리다”라고 밝혔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 자리에서 “이 9단이 왜 전설인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오늘 알파고에게 이세돌 9단은 버거운 상대였다”며 “경기초반 알파고가 우세하다고 추정값을 냈지만 이 9단 묘수 앞에 알파고가 실수했다”고 인정했다.
하사비스는 “이번 경기를 통해 알파고 약점을 알았다”며 “한계를 실험하고 더 개선하겠다. 오늘 패배는 알파고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영국으로 돌아가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하는 기본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하 일문일답.
-묘수인 78수에 대해 묻고 싶다. 중국 프로기사 구리 선수가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이 9단) 더 쉽게 수가 날 줄 알았는데 어려웠다. 또 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78번째 수는 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수는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칭찬을 받아 어리둥절하다.
-많은 전문가가 알파고 경기를 보면서 실수라고 분석하지만 나중에 보면 묘수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인공지능을 의학적으로 적용할 때도 같은 방식이 유효한가.
▲(하사비스 CEO) 알파고는 프로토타입이다. 그래서 이런 경기를 펼쳐 약점을 파악한다. 알파고를 학습시킬 만한 바둑기사는 세계에 많지 않다. 현재는 게임에 국한됐다. 의료보건에 적용하려면 엄격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알파고는 싱글과 분산버전,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앞선 버전과 오늘 버전이 다른 버전인가. 알파고도 실수를 하나. 약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하사비스 CEO) 알파고는 이번 매치 모든 경기를 분산버전으로 임한다. 싱글 버전이 있지만 분산형보다 약하다. 알파고 수는 전문가 직관으로는 안 보인다. 묘수일 수도, 실수일 수 있다. 오늘 알파고가 대응한 수는 실수다.
-알파고가 불계패를 당했다. 컴퓨터 창에 뭐라고 뜨나. 알파고는 상대에 맞춰 실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나.
▲(데이비드 실버 딥마인드 리서치 매니저) 알파고는 상대가 누구든 최고의 수를 둔다. 여러 수에 대한 승률계산을 극대화하게 프로그래밍 됐다. 기준 값 밑으로 떨어지면 스크린에 불계패 사인(AlphaGo resigns. The result "We Resign" was added to the game of information)을 보낸다.
-이 9단이 준비한 것이 주효했나. 아니면 알파고 실수를 통해 승리했나. 정보 비대칭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알파고는 이 9단을 잘 알지만 이 9단은 알파고를 잘 모른다.
▲(이 9단) 알파고가 노출한 약점은 두 가지다. 백돌일 때보다 흑돌일 때 어려워한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수가 나올 때 일종의 실수나 버그가 나오는 것 같다. 그 부분에 대처능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알파고 정보가 더 있었다면 더 잘 했겠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3경기를 졌다. 큰 문제는 아니다.
-(하사비스 CEO) 알파고를 훈련시킨 방식은 이 9단에 맞춘 것이 아니다. 일반 바둑 경기에 맞췄다. 인터넷 아마추어 게임, 스스로 바둑을 두게 하는 범용학습 방식을 취했다. 정보 비대칭성은 없었다. 이 9단 기보를 입력하거나 훈련하지 않았다.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알파고는 수백만, 수천만번 게임 데이터가 필요하다. 수십 번 게임 기보만으로 불가능하다.
-패배에 따른 부담은 덜었는가. 5국 승부에 자신 있나.
▲(이 9단)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대국을 중단시킬 정도는 아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즐겁게 경기했다. 이번에 이겨 부담이 많이 해소됐다. 딥마인드에 제안할 것이 있다. 이번에 백돌로 이겼으니 5국에는 흑돌로 경기하고 싶다. 알파고는 백으로 뒀을 때 강점이 있다. 내가 흑으로 이기는 것이 조금 더 가치가 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