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업계에서 월 정액 형태로 비용을 받는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뜨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 가운데 소프트웨어(SW) 비중이 높아지면서 유지보수 등 기술 지원에 초점을 맞춘 과금 정책이 각광받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성장에 따라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브로케이드코리아·시스코코리아 등 외국계 네트워크 기업 중심으로 서브스크립션 과금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국내 중소 SDN기업도 매달 혹은 분기별로 네트워크 장비 비용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브로케이드는 네트워크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일찍이 시장에 적용했다. 기업고객이 유연하게 자금 운영을 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안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 하는 비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용길 브로케이드코리아 대표는 “기존 하드웨어(HW)에 치우쳤던 네트워크 인프라가 이제는 SW가 더 중요해졌다”며 “SW업계에서 사용하는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도 임대형 네트워크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여러 협력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사업은 네트워크 장비를 빌린다는 개념을 적용했다. 사용한 만큼 월 단위 혹은 정기적으로 비용을 내는 구조다. 보안성을 강화한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 대기업 클라우드 환경에 적합하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막 시작됐지만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오픈소스 SW에 적합한 모델이 네트워크 업계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개방형 네트워크 환경을 강조하는 SDN이 오픈소스 SW로 공개되는 만큼, 특정 장비에 구애 받지 않고 SW 중심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SDN 업체들이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한 SDN 개발사 대표는 “최근 SW를 탑재하지 않은 스위치 등 네트워크 하드웨어만 사서 SW를 설치하고 재 판매하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하드웨어 비용을 SW에 녹여 월 단위 과금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고객은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고 초기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기존 네트워크 유지 보수 계약과 달리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 과금 정책이란 평가도 이 때문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