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은 인구 증가, 산업 인프라 구축, 에너지집약형 산업 개발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발전설비 확충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원자력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UAE 상업용 원전 수출에 이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소형 원전 협력을 체결하는 등 원자력 기술 수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또한 중동 내 잠재시장으로 등장했다. 이란은 지난해 핵협상을 타결했다. 국제사회와 약속한 핵합의안 이행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37년 동안의 경제 제재가 해제됐다. 빗장 풀린 이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세계 각국에서는 이란 시장 진입을 위한 움직임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을 방문했다. 일본 총리도 이란 방문을 추진하는 등 이란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1월 25일 ‘이란 교역·투자 지원센터’가 개소했으며, 2월 29일에는 이란 현지에서 한·이란 경제공동위를 개최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이란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은 현재 부셰르 지역에 러시아형 경수로(VVER) 노형 1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9월 러시아와 이란 양국은 원전 2기 추가 건설에 합의한 바 있다. 중국도 이란과 사우디 등 중동 원전 시장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은 주이란 한국대사와의 회담에서 소형과 대형 원전건설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 보아 한국도 이란과의 원자력 협력에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동지역과의 원자력 협력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먼저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월 사우디-이란 간 외교 갈등이 세계 차원으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국제 정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기술력이 이전돼 안보위협이 되는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동지역의 원자력 핵비확산체제 이해 및 원자력 수출통제체제 구축과 관련한 국제협력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둘째 사우디 등 기존 협력국과의 관계를 안정되게 발전시키되 이 관계가 이란에 위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즉 헤징(hedging)전략 추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중동지역은 최근의 사우디-이란 사태에 따라 전반이 혼돈 국면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UAE, 요르단 등 원전프로젝트 현장에 대한 방호체계 등을 국가 차원에서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외교장관이 14년 만에 이란에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올 상반기 중 이란 방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대장금’ ‘주몽’ 등 한국 문화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한류열풍이 한국의 원자력기술 수출에도 좋은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원전 세일즈 활동 역시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다.
1977년 6월 테헤란 시장의 방한을 계기로 서울에 테헤란로, 테헤란에 서울로가 각각 생긴 것을 되새겨 볼 만하다. 지금이야말로 양국의 우호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원자력의 평화로운 이용을 위한 협력이 원동력으로 작용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박진선 한국원자력협력재단 사무총장 jspark@konico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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