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장비업체가 스마트폰 강화유리를 사파이어로 대체하는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파이어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경도가 높은 소재다. 명품시계에 주로 쓰인다.
주인공은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엔티에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사파이어 연마장비 전문 기업이다. 연마란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이다. 엔티에스 장비는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 데 필수인 사파이어 웨이퍼를 연마하는 데 주로 쓰이고 있다.
이 회사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을 보호하는 ‘커버윈도’로 시선을 돌린 건 사파이어 연마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엔티에스는 글로벌 사파이어 웨이퍼 연마장비 시장에서 무려 70%를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삼성전자(전 삼성LED), LG이노텍, 서울바이오시스, 일진디스플레이 등 국내 LED 업체뿐 아니라 오스람, 모노크리스탈, 브릿지룩스 등도 엔티에스 장비를 쓰고 있다.
세계 1순위(티어 1)급 기업은 모두 엔티에스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파이어는 외부 충격에 흠집이 거의 나지 않고 빛 투과성이 뛰어난 소재다. 때문에 스마트폰 커버윈도에 사파이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탑재까지는 쉽지 않았다. 가격이 문제였다. 고가의 소재다보니 부품 단가가 비싸졌고 렌즈커버 등 일부 부품에 한정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애플은 사파이어를 아이폰 커버윈도에 적용할 목적으로 2013년 미국 GT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양산과 품질 문제 때문에 결국 무위로 끝났다.
엔티에스는 시황변화에 주목했다. 이제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임봉현 엔티에스 연구소장은 “최근 몇년 사이 LED산업이 성장하면서 사파이어 제조사가 늘었고, 사파이어 공급 가격도 2년 전에 비해 6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급 증가로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스마트폰 전면 커버로 사파이어를 쓸 수 있는 시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엔티에스는 이 같은 배경에서 사파이어 커버윈도 제조 장비를 개발했다. 사파이어 양면을 동시 연마하는 최초 장비다. 생산 효율이 높아져 단가도 낮출 수 있다.
현재 중국 업체가 이 장비를 이용해 사파이어 커버윈도를 만들고 이를 다시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려 하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최종 상용화가 이뤄지면 강화유리가 사실상 독점해온 커버윈도 시장의 균열을 의미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중소기업이 시장 변화에 큰 축을 담당한 셈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선예원 엔티에스 상무는 “현재 생산성과 품질 관련 최종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며 “이 외에도 여러 곳에서 우리 장비를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시장성이다. 가격이 낮아졌다 해도 고순도 알루미나를 녹여 만드는 사파이어는 강화유리보다 여전히 고가다. 스마트폰 부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필수인데 사파이어는 소재 특성상 양산과 품질 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사파이어 커버윈도가 상용화돼도 사파이어가 고가 시계에만 한정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 일부 시장을 형성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예원 상무는 “사파이어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장비 회사가 발굴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데 의미가 있다”며 “프리미엄폰을 중심으로 사파이어가 채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