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정밀이 일본 전자업체 샤프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홍하이 회장 평생 숙원이 빛을 보는 듯하다.
홍하이는 자회사 폭스콘이 세계 각국 전기전자 대기업에서 위탁을 받아 제조하는 ‘세계의 공장’이다. 델, HP, 소니, 애플 등을 고객사로 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수탁 제조 생산업체다. 애플 제품이 전체 매출 절반 정도로 애플 의존도가 높다.
폭스콘은 중국 선전을 비롯해 중국 각지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허난성 정저우 공장은 종업원수 30만명에 면적이 160만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하청생산만으로 연매출 160조원의 세계 굴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가 없어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애플을 비롯해 여러 첨단기술 기업이 하청회사에는 조금만 떼어주고 그 회사는 천문학적 수익을 남기는 것을 다년간 지켜봤다. 때문에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자체 브랜드를 갈구했다. 이번에 사프를 인수함으로써 이런 숙원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홍하이는 야심과 카리스마를 가진 궈타이밍이라는 인물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궈 회장은 국공 내전에서 대륙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해운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해운 회사에 취직, 수출용 제품 제조에 미래를 느꼈다. 어머니에게 빌린 자금으로 1974년 텔레비전 부품을 제조하는 ‘홍하이플라스틱’을 설립했다.
경영이 잘 되지 않자 그는 과감하게 미국으로 건너가 배짱과 의지로 사업을 추진했다. 1980년대 초에는 직접 차를 몰고 햄버거를 먹으며 11개월 동안 32개주 기업체를 방문했다. 결국 IBM 방문이 중대한 돌파구가 됐다.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IBM 회사 복도에서 사흘간 죽치고 기다려 커넥터 주문을 따냈다.
팀 쿡이 애플에 입사하고 폭스콘에 매킨토시 제조 하청을 주었을 때도 궈는 똑같이 밀어붙였다. 애플 임원과 얼마나 돈독하게 관계를 맺었는지 2008년 24세 연하 여성과 재혼했을 때 쿡과 조너선 아이브가 타이베이에서 열린 결혼 피로연에 참석할 정도였다.
홍하이는 샤프 브랜드와 상품기획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고 제조능력을 갖췄지만 자체 상품 기획을 해본 적이 없는 홍하이와 좋은 상품을 만드는 두뇌를 갖춘 샤프의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홍하이는 높아지는 인건비로 이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공장 대부분이 위치한 중국에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패널업체인 이노룩스 등 고급 생산 기술이 필요한 핵심 부품 제조까지 뛰어들며 수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샤프와 차세대 패널 OLED와 디스플레이 고정밀화 등에 투입, 세트업체와 협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하이에 이제 남은 문제는 후계문제다. 궈 회장 나이를 생각하면 회사 미래를 위해서는 후계 문제가 마무리돼야 한다. 후계자 후보였던 궈 회장 동생은 2007년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궈 회장이 샤프 인수에 적극 나선 것도 자신 재임기간 동안 회사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궈 회장이 원맨 경영을 해온 점을 감안한다면 후계 문제는 홍하이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