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ce의 세상물정 영어]Appreciate: ‘누리다’ – 언어를 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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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appreciate의 뜻을 ‘감사하다’로 알고 있다. ‘I appreciate your help’라고 말할 때의 appreciate은 ‘감사하다’가 맞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여러 가지의 뜻들이 있다. appreciate art라고 할 때의 appreciate은 ‘감상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I’d like to work where I’m fully appreciated.” 라는 문장에서는 ‘내게 감사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가 결코 아니다.

대다수의 단어들이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다의어(polysemy)이다. 이런 단어들을 접할 때에 여러 가지 뜻들을 하나하나 따로 외우려면 잘 외워지지도 않고 그다지 효과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의미의 망을 만들어 여러 가지 뜻을 한데 묶고 이 뜻들을 아우를 수 있는 원형적인 의미를 하나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하나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더 나아가 그 단어의 의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가서 닿는지 예문들을 찾아보고 그 문맥을 상상해본다.

appreciate의 원형적인 의미는 ‘어떤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다’라는 뜻이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을 때 그 도움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바로 ‘감사하다’가 되는 것이고, 어떤 예술 작품을 보고 있을 때 이 예술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바로 ‘감상하다’가 된다. 자, 그러면 앞에 제시했던 저 문장, “I’d like to work where I’m fully appreciated.”는 ‘나는 내 가치를 온전히 알아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경제 부문으로 가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어떤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면 그 가치가 계속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제 용어에서 appreciate은 ‘가치가 오르다’라는 뜻이 되면서 원화의 가치가 달러와 비교했을 때 오르다는 의미로 가치가 절상되었다는 뜻으로 쓰이고, 유형 자산의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즉, appreciate 이란 단어를 원형적인 의미인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다’로 파악한 후, 여기에서부터 ‘감사하다’, ‘감상하다’, ‘진가를 인정하다’, 그리고 경제용어로 ‘가치가 오르다’까지 의미들을 줄줄이 엮어서 그 의미의 망 안에 함께 묶어 기억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본다. appreciate한다는 단어가 쓰이는 문맥과 느낌을 상상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어에서는 ‘~에게 ~~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표현하고 ‘~을 감상한다’라고 표현하지만, 영어에서는 목적어인 대상을 두고 ‘이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어서’ 그리하여 감사하고 감상한다라는 의미가 되는 걸 본다. 가치를 깊숙이 알아준다는 것은 음미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He knows how to appreciate good wine. “그는 좋은 와인을 음미할 줄 안다.” 이건 단순히 “음~~ 이 와인이 좋은 걸’하며 맛이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와인의 빈티지(vintage)와 내력을 알고 이해하면서 동시에 감각으로 그 와인의 맛을 느끼고 향(aroma)을 맡으면서 와인을 즐기고 ‘누리고’ 있는 걸 말한다. 즉, 인간이 가진 모든 faculty (기관을 사용해 발휘하는 기능, 인간의 경우 신체기관의 기능도 하나의 faculty이고, 이성 mind도 하나의 faculty이다.)를 사용해서 대상의 가치를 다 알아주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푹 젖어 누리는 것을 말한다. 이 지점에서 상상해보라 – 이성 뿐만 아니라 감각들을 이용해 무언가의 혹은 누군가의 가치를 누린다는 것이 어떠한 건지.

이 상상력의 촉수를 뻗어 말해보자. “I appreciate you”는 그렇다면 thank you만 알던 초급자가 그보다 고급 단어인 appreciate 을 잘못 써서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다가 잘못 쓴 말이 아니다. 이 말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내가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알고 감각으로 안다는 뜻이다 – 그렇게 당신을 내가 누린다는 의미이다. 참으로 소중한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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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언어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appreciate할 때 그 언어 전체를 appreciate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대상이건 appreciate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삶의 저변이 확장이 된다. 이게 언어를 누리는 방법이요, 삶을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외국어를 하나 더 하고 그를 통해 언어를 누리고 삶을 누린다. Appreciate a language, appreciate life가 가능해진다. 물론 누릴 수 있는 건, 하나의 언어만은 아니다 – 외국어를 통해 모국어도 더 잘 이해하고 누릴 수 있게 되며, 두 언어를 넘나들며 가로지르는(cross) 특권도 누리게 되며, 외국어를 통해 더 많은 사고와 가치와 사람에 가서 닿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감히 소망해본다 – 언어를 하나 더 누리시고, 삶을 더 누리시라고.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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