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오르는 ‘환율’, 국산 솔루션 업계에 악재

원화 가치 하락이 중소 솔루션 업계에 악재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공식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깨졌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하드웨어(HW)업계는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HW업계는 최근 달러, 엔화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외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연초 터진 ‘환율 리스크’에 올 한 해 사업 전망까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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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지난달 1200원대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한때 1240원대(1239원)를 바라봤다. 외환당국 개입으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원·달러 환율은 127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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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원·엔 환율 변동 추이

엔화 강세도 지속된다. 19일 기준 원·엔 재정 환율은 100엔당 1090.47원이다. 2013년 10월 4일(1101.63)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강세 흐름은 지속된다.

미국과 일본 환율 상승은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품목 가격 경쟁력은 높아진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장이 줄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종은 막대한 환차손까지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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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내 서버실 전경

피해가 큰 업종은 서버, 스토리지 등 HW업이다. 국내 중소 HW업계는 대부분 미국이나 대만 등에서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한다. 서버, 스토리지 품목에 대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등으로 시장 확산 조짐이 보였다. 수요 증가를 기대한 업계는 수입 물량을 늘릴 계획도 세웠다.

상황은 지난달부터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급변했다. 원자재 값 상승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10% 줄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환차손을 매우기 위한 시장 가격 조정은 엄두도 못낸다. 환율이 계속해 오르면 생산량 조정도 불가피하다.

중소 서버업계 관계자는 “중소 서버 업체는 모두 부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이익이 대폭 줄었다”면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차라리 제품 출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SW업계도 환율 상승은 부담이다. SW 기업 대부분은 내수를 기반으로 한다. 상대적으로 환율 리스크에 큰 영향을 안 받았다. 올해 ‘수출’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율은 관심사가 됐다. 해외 거점이나 사업망을 구축 중인 업체는 환율이 오른 만큼 지출 부담이 크다.

틸론 관계자는 “올해 일본 지사 설립을 목표로 현지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면서 “작년과 비교해 환율 상승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IT시장 축소와 자국 제품 우선정책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수출 기업에 기대가 높았다. 티맥스소프트, 알서포트 등 일본 진출 기업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기업 IT 투자가 줄며 환율 혜택을 못 봤다.

알서포트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이는 시장이 확대될 때 이야기”라면서 “지난해도 환율 혜택을 기대했지만 주력 시장인 원격제어 솔루션 시장이 침체됐고, 가격 경쟁마저 치열해 오히려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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