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향해 뛴다]<9>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정치권에서 제가 ‘상품화’ 된 것은 고호녀(고졸·호남·여자) 때문이지만 저는 30년 넘게 산업현장에서 땀 흘린 산업기술 전문가입니다. 삼성전자에서 인정받았던 것은 여성이어서나 고졸이어서가 아닙니다. 실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국가 산업의 미래비전을 만드는데 제 인생 2막을 걸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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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정치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아직 한달 밖에 정치권을 경험하지 않은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방향성과 비전은 확고했다.

양 전 상무는 “보통 정치인은 ‘분노조절 장애’를 갖고 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눈물조절능력이 상실됐다”며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약자의 억울함과 분노, 불평등, 부조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밤잠도 설치고 눈물 밖에 안 나온다”며 그간의 변화를 압축했다. 그는 “가난한 시대에 함께 자랐고, 의지로 오늘을 만들어온 모든 분의 희망이 되도록 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하 일문일답.

-입 주위가 헐었다. 한달 동안 정치 생활이 힘들었던 것인가.

▲사실 하루를 한달 같이 보냈다. 그리고 집을 삼성전자와 가까운 동탄으로 지난해 옮겼다. 당연히 삼성전자를 그만두면서 차도 반납했다. 요즘 매일 버스타고 동탄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한다. 갑자기 바뀐 삶이 힘들지만, 어쩌면 기득권에 빠져 있었을 저를 건져 주위 이웃을 살피게 해준 더민주당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 임원 자리를 포기하고 정치권에 발을 담근 이유는.

▲문재인 대표와 친분은 전혀 없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정치후원금 달라는 요청인 줄 알았다. 그러다 같이 사회를 바꿔보자는 얘기를 나눴고, 지속적으로 설득해왔다. 얼떨결에 끌려나온 게 절반은 맞다. 그동안 회사 생활하면서 주위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있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여생을 살고 싶었다. 바닥에서부터 중간을 거쳐 0.1%인 삼성 임원이 됐다. 기회를 어떻게 균등하게 줘야하는지 알고 있다. 기업과 국가시스템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30년 동안 경험했던 것을 국가시스템에도 적용하고, 새롭게 개척하는 일을 하고 싶다.

-광주 출마설이 나돈다. 향후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지역을 정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당이 이기는 것이다. 당의 총선필승 전략이 성안되면, 그 전략적 필요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출마하게 된다면, 지역구 현안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공약은.

▲사실, 광주시민에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두고 고르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두 당이 지역 경제와 산업, 발전 비전에 어떤 차이를 보이느냐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이다. 향후 광주에 출마하게 된다면, 이번 선거를 경제선거·산업선거로 이끌고 싶다. 호남지역은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특히 광주는 대규모 사업장이 일부 있긴 하지만 국가산업을 선도하는 위취에 있지 않다. 연구개발, 산업기반, 고용창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전체를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산업계 기대와 관심이 높다. 앞으로 어떤 정치 활동을 할 계획인가.

▲첨단 산업 가운데 중국의 추격을 크게 따돌리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가 유일하다. 그간 세제혜택, 규제완화와 같은 방식의 정부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과 같은 기업도 살리면서 국민경제도 함께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첨단 IT기업의 생존전략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벤처생태계 마련이 시급하다. 기술 창업을 위한 정책 자금을 늘리고, 모험적 시도를 보장하는 창업안전망을 만들어 유망한 기술 아이템과 대기업의 자금을 연결하는 선순환 과정을 정치가 만들어내야 한다. 건강한 청년 창업환경은 기업과 국민경제 성장에 기름진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기초과학 인력 육성도 필요하다. 이들 인력 육성 없이는 IT분야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기초 과학 육성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

-기업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는데.

▲정치권에 와서 보니 야당 구성원의 삼성이나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또 삼성에 근무하면서 생각했던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일부는 과장돼 있다는 것도 느꼈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몰라서 벌어지는 오해도 상당했다. 정치는 고용과 국가 소득을 책임지는 기업을 존중해야 한다. 기업은 사회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나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본다.

- 19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사실 내가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20대 국회에 이뤄져야할 변화에 대한 바람은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 등에 대해선 여야가 불가피하게 정쟁해야한다. 하지만 산업정책, 특히 중소기업 정책 만큼은 여야가 생산적 합의 모델을 찾아갔으면 한다. 현재 정치인 가운데 나는 가장 친기업적이고, 그 와중에도 정치권 질타의 대상인 삼성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합의해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을 뽑아먹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기업은 따라간다. 시장을 개척해서 직원들 임금 더 주자고 하면 어떤 경영자도 반대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가 없고 제도가 부실하고, 공유하는 비전이 없으면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인생의 롤모델은.

▲요즘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벤처창업자가 가장 멋있어 보인다. 조금 늦게 태어났다면 벤처창업자로 도전하는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냉정한 판단력과 긍정 에너지가 함께 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민주에 입당한 김병관 의장이나 김빈 대표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이런 분들과 함께 기존과는 ‘다른 정치’를 해보고 싶다. 더민주에서 영입 인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잘 뒷받침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건강한 대한민국, 존경받는 정치를 하고 싶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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