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기획] 우보천리 꿈꾸는 ERP 기업 아이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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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말이다. 기업자원관리(ERP) 전문업체 아이퀘스트(iQuest·대표 김순모)는 우보천리 같은 기업이다. 1996년 11월 설립 이래 지난 20년간 소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퀀텀 점프’는 없었지만 주력사업 모델을 전환한 때를 빼놓고 20년을 플러스 성장했다. 지난 20년간 외부에서 돈을 빌린 적도 없다. 국내 ERP업체 중 처음으로 환불제를 실시했고, 임대(렌털)제도 앞서 시행했다. 매출은 크지 않지만 ‘사장님도 사용하는 쉬운 ERP’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최근 집무실에서 만난 김순모 대표는 “이제 ‘100년 지속 기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해외 수출 모색과 최근 새로 시작한 구축형 ERP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퀘스트 태동

아이퀘스트는 1996년 11월 법인으로 등록했다. 실제 출발은 이보다 몇 년 앞선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한상대 의장이 서울 안국동 지하에서 설립했다. 출발 당시 직원은 한 의장 포함해 단 2명이었다. 한국외대 영어과(79학번)를 졸업한 한 의장은 호주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배워 영어는 물론이고 컴퓨터에도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한 의장은 기업에 운영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고 돈을 받았는데, 점차 이 돈이 많아지면서 이를 관리할 소프트웨어가 필요해 ‘나도 회계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 회계 지식이 없어도 사용하기 쉬웠던 ‘나도 회계사’는 입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이를 사업화하면 돈이 될 것을 직감한 한 의장은 ‘나도 회계사’를 개선해 ‘얼마에요’라는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놨다. 현재 아이퀘스트가 주력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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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모 대표 참여…도약 발판 마련

김순모 대표는 아이퀘스트가 창립되고 2년이 조금 지난 1999년 3월 입사했다. 한 의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다. 김 대표 입사 당시만해도 아이퀘스트는 직원이 5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만해도 30대 후반으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며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자신 없다”며 웃었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김 대표는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국내 한 의류업체 중남미지사(도미니카)에서 8년간 일했다. 중남미에 있을 때 그는 훨훨 날았다. 열정이 있고 업무에 해박했다. 여기에 언어가 유창해 지사 출장이 잦은 법인장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현지 공장장 역할을 했다. 당시 그가 관리한 현지 직원은 700명이 넘었다. 고교때 수학과 물리를 잘했던 그는 업무와 관련한 기념비적인 일을 만들었다. 컴퓨터가 전공이 아님에도 독학으로 현지 직원을 위한 급여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이를 보고 옆 공장도 도미니카 최고 대학에 의뢰해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김 대표가 만든 것과 비슷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의류 회사에 이어 편의점 사업을 하던 중 김 대표는 1999년 아이퀘스트에 합류, 2008년 4월 대표이사가 됐다.

아이퀘스트를 이야기할 때 한 의장, 김 대표 외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현재 아이퀘스트 서비스 부문을 맡고 있는 임정환 서비스 부문 대표다. 임 대표 역시 어학을 전공했지만 개발 실력이 탁월했다. 그 역시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요구가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줘 내부에서 ‘천재 개발자’라는 평을 받았다. 임 대표는 한 의장과 함께 ‘얼마에요’의 기능을 계속 발전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의장과 김 대표, 임 대표는 각자 장기를 살려 아이퀘스트를 좋은 회사, 위대한 회사로 만들자고 도원결의, 지하차고에서 출발한 아이퀘스트를 ‘강소 ERP기업’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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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렌털시대 개척…환불제도 업계 첫 실시

아이퀘스트는 ERP를 패키지가 아닌 임대(렌털)로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개척했다. 이는 눈과 귀를 열고 늘 시장과 고객 목소리를 들어왔기에 가능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내놓은 소프트웨어가 완성도가 높다보니 시간이 지나도 고객이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려 하더라”면서 “여기에 매월 판매량이 들쑥날쑥해 안정적 경영 차원에서 주력 판매 모델을 패키지형에서 임대형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주력 판매 모델을 180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장 이사회가 반대했다. 김 대표는 이사들을 2년간 설득한 끝에 렌털형을 실시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국내 두 번째로 ERP 렌털을 시작했다”며 “아이퀘스트 대표로 있으면서 가장 고민이 컸던 시기”라고 소개했다. 다행히 김 대표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렌털로 전환하고 초기 1년만 매출이 주춤하고 2년차부터 예전 매출을 회복했다. 현재 약 2만5000개 기업이 임대 방식으로 아이퀘스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제품처럼 환불해주는 환불제도 아이퀘스트가 ERP업계 처음으로 실시했다. 김 대표는 “ERP업체 대부분이 기술과 기능에만 초점을 맞출때 우리는 ERP를 상품으로 보고 업계 처음으로 환불제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정부 ERP 보급사업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구나 회환의 시기가 있다. 아이퀘스트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ERP를 보급하던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가 그랬다. 정부가 무상으로 ERP를 보급하다보니 사용하기 쉽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이퀘스트 제품을 기업이 구입하려 들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시 정부 보급 정책만 없었다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경쟁 룰을 확립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구축형 ERP사업 착수…새 도약 나서

ERP 렌털 시대를 연 아이퀘스트는 ‘구축형 ERP’ 사업을 최근 새로 시작했다. ‘구축형 ERP’는 고객사에 직접 가서 ERP를 구축해주는 것이다. ERP분야 글로벌 기업인 독일 SAP와 협력해 시행하고 있다. 매출 100억~1000억원 기업이 주 대상이다. 구축 솔루션은 SAP 제품이 40%, 아이퀘스트 제품이 60% 정도다. SAP 프레임워크에 아이퀘스트 애플리케이션을 얹는다. 이미 여섯 곳 정도 주목할 만한 고객사(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임대형에 이어 구축형 분야까지 진출한 아이퀘스트는 두 분야 모두를 아우르는 ERP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아이퀘스트가 시스템통합과 구축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시장에 있었는데 SAP와 손잡고 구축형 사업을 시행하면서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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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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