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인프라는 땅 속에 묻힌 상·하수도관과 닮았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관리가 힘들어진다. 어떤 지점에서 물이 흐르고 또는 막히는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트래픽이 폭증하고 시장 요구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자사 네트워크 환경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쩔쩔 매는 기업도 허다하다.
정윤연 기가몬코리아 대표가 네트워크 트래픽 가시성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정 대표는 “기존 라우터·스위치·서버가 중심이던 네트워크가 방화벽·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지능형지속공격(APT) 관련 솔루션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장비가 덧붙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트래픽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모를 정도로 관리가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복잡성은 사업 위기와 직결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잘못된 트래픽 관리가 서비스 지연으로 이어지면 사업은 치명타를 입는다. 기가몬이 트래픽 가시성 확보 수요를 성장 잠재성이 큰 시장으로 보는 배경이다. 정 대표는 “네트워크 트래픽 현황을 명료하게 파악해야 정보기술(IT) 인프라 전반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매년 5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해외에 비해 네트워크 가시성 확보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강화하는 사례가 드물다. 아직까지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만큼 기회는 많다. 기가몬이 지난해 9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정 대표를 선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사업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국내 기업은 뛰어난 IT 인프라를 갖췄지만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며 “기가몬 솔루션으로 네트워크 트래픽 현황을 한눈에 모니터링·관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가몬은 네트워크 성능 확보와 보안 강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중복 트래픽 발생을 막아 네트워크 속도를 높이고 애플리케이션 필터링도 추가했다. 트래픽 속에 포함된 다양한 정보 가운데 보호가 필요한 부분은 마스킹 처리해 보안성도 높였다. 네트워크 가시성 확보 기술 관련 26개 특허를 확보했다. 추가로 28개 특허도 출원 중이다.
국내 반응도 뜨겁다.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를 중심으로 기가몬 솔루션 도입이 한창이다. 일부 IT서비스 기업과 게임 회사에서도 개념 검증(PoC)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으로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정 대표는 “데모 장비를 판매하는 골드 파트너사가 시연을 위한 데모 장비 구매도 적극적”이라며 “총판 등 협력사를 늘려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