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중력파’가 최초로 확인됐다. 100년 전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주의 운동을 설명하며 예측한 일반상대성 이론이 검증된 셈이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인 미국 라이고(LIGO)를 중심으로 한 15개국 협력연구단인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는 우주에서 은하 충돌, 초신성 폭발, 블랙홀이 충돌할 때 만들어진다. 이 때 생긴 중력의 물결은 빛의 속도로 우주 전체에 퍼진다. 바다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파장이 멀리 갈수록 잦아들 듯 중력파도 지구까지 올 즈음에 아주 약해진다. 지구에 도착한 중력파 파동 크기가 매우 작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측정이 어려워 직접적인 검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력파 검출은 아인슈타인 이론이 나온 지 100년 만에 검증됐다.
중력파가 향후에 어디에 쓰일지는 미지수다. 과학자들은 중력파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전자기파’의 발견을 토대로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기파는 1885년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가 발견했다. 전자기파 검출 당시 ‘어디에 쓸 거냐’는 물음에 헤르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기파는 마르코니 무선통신으로 발전했고 스마트폰 시대로 이어지며 오늘날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 우주에서 찍은 영상도 전자기파로 지구에 전송되는 등 상당 부분 응용되고 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헤르츠의 전자기파 발견이 없었으면 오늘날 통신은 사용할 수 없었다”며 “중력파 가능성도 이처럼 무궁무진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강궁원 KISTI 박사도 “전자기파 검출은 이론이 나오고 15년 걸렸지만 중력파는 이론이 나온 후 100년”이라며 “전자기파가 검출이후 문명으로 오기까지 100년이 걸렸는데 중력파는 비교해보면 6배 정도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미래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분명한 용도는 천체 관측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천체에서 오는 빛을 관측해 천체의 성질을 연구했다.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강한 중력장과 관련된 많은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중력파는 약간의 관측 감도만 높여도 훨씬 많은 천체를 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그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력파 방출 현상이 빛의 방출과 같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광학 천문학과 협력해 과거에 전혀 알 수 없었던 현상을 이해하는데 활용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