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앞서 애플이 중국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현지 거대 금융사를 대거 흡수하고 온라인 결제 사업자까지 진영으로 끌어들이면서 ‘애플 차이나 페이’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가 급성장한 시장이다. 온라인 결제 부문 알리페이, 텐페이를 비롯해 최대 카드사업자인 은련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결제 중심국으로 성장했다. 세계 1위 인구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가 일어나는 엘도라도다.
애플페이는 중국 진출에 수년간 준비기간을 가졌다. 애플페이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시장은 ‘온라인 결제’ 시장이다.
현재 애플페이가 서비스되는 국가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4개국이다. 모두 오프라인 기반 NFC결제가 대다수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애플의 중국 진출 전략은 별도 투자 없이 오프라인 결제는 은련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연동한다. 다수 온라인 결제 사업자와 제휴해 생활밀착형 온라인 결제 사업자로 재평가 받겠다는 전략도 덧붙였다.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1년 12조원, 2012년 24조원을 거쳐 2014년 약 35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2200조원의 15.9%, 중국 소매시장 4000조원의 8.7%에 해당한다. 10년 전만 해도 모바일결제가 전자상거래 0.2~0.3%, 소매 0.1%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결제방식도 스마트월렛·앱결제·모바일카드·QR코드·NFC 등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 새로운 방식이 기존 결제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중국 시장을 노리는 데는 바로 NFC기반 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확장 중이고 사용자 또한 다양한 형태 모바일 결제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보급률은 약 7%로 금융 인프라가 미흡하다. 두 간극을 빠르게 메워가는 과정이 바로 중국 핀테크 발전상이다.
중국 정부는 IT기업에 금융산업 문호를 대거 개방하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개인 컴퓨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인터넷 시대를 생략했다. 고가 컴퓨터를 보급해 인터넷 보급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게 빠르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오는 8일 진출에 앞서 중국 현지 온라인 결제 사업자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평점, VIP닷컴, 당당왕, 이다오택시, 차이나 항공 등 우리나라로 따지면 요기요와 같은 배달앱, 아시아나 등 항공사, 카카오택시 등을 모두 애플페이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오픈 이후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사업자인 은련을 협력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재용 부사장이 직접 물밑 접촉에 나서는 등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삼성페이 결제가 등장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여러 진행상황을 봤을 때 애플 대비 삼성전자 상황이 불리하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와 미국에서 범용성을 자랑하는 삼성페이는 NFC 결제단말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다. 또 스마트폰 보급률도 애플 아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결국 애플이 겨냥한 ‘모바일 기반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진검 승부를 벌이기 위해 이미 다수 사업자를 끌어들인 애플을 뛰어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