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부품기업과 계약…3D·가상현실시장 겨냥
애플이 올 가을 내놓을 신형 아이폰 ‘아이폰7’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다. 3차원(D) 촬영이 가능한 이른바 ‘3D 아이폰’이 등장한다. 혁신 부재 논란으로 판매가 주춤했던 아이폰이 ‘3D’를 내세워 새롭게 부활할지 주목된다. 급부상하는 가상현실(VR)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7(가칭)’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기업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의 듀얼 카메라 채택이 마침내 확정된 것이다.
애플이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듀얼 카메라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기능을 구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3D 콘텐츠와 가상현실(VR)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듀얼 카메라는 이르면 2분기 중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지금까지 아이폰 신제품을 9월 공개하고 10월 출시해온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3분기 중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듀얼 카메라는 카메라 두 대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두 개의 렌즈를 통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일례로 듀얼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각각의 렌즈에서 배경과 피사체 초점을 따로 잡아 화질을 개선할 수 있다. 더 많은 대상을 사진이나 영상에 담는 것도 가능하다. 120도, 80도 같이 각각 화각이 다른 렌즈를 사용할 경우 더 넓은 배경과 더 많은 인물을 찍을 수 있다. 아울러 원근감 표현도 듀얼 카메라의 장점으로 꼽힌다.
애플은 이런 사진이나 영상 개선뿐 아니라 3D 촬영을 위해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듀얼 카메라가 한 쪽을 초점 잡는 걸로, 다른 쪽은 광각 같은 카메라 두 개를 단순 붙여 놓은 것이라면 애플은 전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며 “3D 구현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입체감 있는 사진과 영상 제작을 위해 듀얼 카메라를 채택했다는 얘기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VR)과도 맥을 같이 한다. VR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3D 콘텐츠 제작이 필수다. 실제 애플은 VR 시장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VR가 틈새시장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아주 쿨(Cool)한 시장이며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들도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애플이 미국 최고 VR 전문가로 꼽히는 더그 보먼 버지니아공대 교수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보먼 교수는 VR와 3D 인터페이스를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듀얼 카메라를 단 아이폰7과 3D 콘텐츠, VR 연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아이폰7에 듀얼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카메라 모듈기업의 수혜도 예상된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고사양 스마트폰 수요둔화로 부품산업도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지만 듀얼 카메라 부문 성장성이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