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치이고, 따뜻한 겨울에 울고’
도시가스 판매량 매년 줄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체재인 석유제품으로 수요가 이탈한데다 유례 없이 따뜻한 겨울에 성수기 효과마저 사라졌다.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량이 감소한 2014년 이어 지난해도 감소세를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도시가스업계는 국제 가격 인하분 반영이 늦고 폭도 적어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소비자 혜택도 줄어드는 만큼 현실적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도시가스 기업 액화천연가스(LNG)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점유율 1위 SK E&S의 지난해 LNG 총 판매량은 48억1100만㎥으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12월이 가장 부진했다. 총 6억200만㎥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6%(1억1500㎥)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연간 감소분 1억3500㎥의 85%가 이달에 집중된 셈이다.
국제 유가하락이 되레 LNG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벙커C 등 대체재 가격은 바로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하락이 늦은 LNG 수요를 뺏었다. SK E&S 지난해 전체 감소분 70%가 산업용이다.
경동도시가스 10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33.1% 감소한 14억6991㎥에 그쳤고 대화도시가스도 판매량이 20.1% 감소했다. 두 기업은 울산, 여수 등 산업단지 입주 기업이 주 고객이다.
이상 고온 현상도 발목을 잡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은 3.5도다. 슈퍼 엘리뇨 영향으로 평년보다 2도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12월로 곧 난방용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도시가스 판매량도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누적 전국 LNG 판매량은 172억1476만㎥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12월 수요 부진을 감안하면 더욱 줄었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설명이다. 도시가스 판매량은 2014년 전년 대비 7.8% 줄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5년 이후 최초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계는 가스공사 도매요금이 국제 LNG 가격 인하폭을 제때 반영하지 못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한국가스공사가 LNG를 일괄 수입하고 있다. 이후 도시가스 기업, 발전사에 LNG를 재판매한다.
해외 가격을 기준으로 두 달에 한번 가격을 조정하는 데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국면에선 반영이 늦다. 가스공사가 정산 시 준용하는 가격정산방식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분이 우리나라 도입 LNG가격에 영향을 주는 시점은 4개월 뒤다. 이를 감안하면 이달 우리나라 LNG도입 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9월 국제 유가다. 당시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45.8달러로 이달 평균 가격 29.12 대비 50%가량 높다. 해외 현물 가격과 비교해도 국내 가격이 여전히 높다.
LNG 북아시아 지역 현물 가격은 지난해 10월 100만BTU(천연가스 단위)당 6.65 달러로 일년만에 60% 이상 하락했다. 반면에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가스 도매 요금 하락폭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격월 단위 연동으로 국제 LNG가격 하락분 반영이 늦고 인하폭도 적어 다른 연료로 이탈을 막는게 쉽지 않고 이는 곧 소비자 혜택 축소를 의미한다”며 “요금 인상 때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가스공사 미수금이 쌓여있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는 만큼 현실적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