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체가 추구하는 성공방식이 총체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미래 새로운 강자는 카이로스 시간에 익숙한 주체가 될 것이다.
카이로스 세계관이란 의식적이고 주관적 시간 흐름 속에서 기회 인지와 결단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카이로스 세계에서 사람은 각각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똑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지만 사람에 따라 시간의 의미와 속도가 다르다. 행복한 순간이든 고통스러운 순간이든 개인마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시간은 다르다. 바로 이 시간을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지배한다. 이러한 ‘카이로스 시간’은 주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스 조각에 나오는 카이로스 신의 모습을 보자. 그는 손에 추가 달린 저울을 받혀들었다. 때가 찼는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카이로스 신에게는 연속해서 흐르는 시간 자체는 무의미하다. 오로지 자신이 움직일 때 인지만이 중요하다. 또 다른 풍모로서 머리모양을 들 수 있다. 앞머리는 길지만 뒷머리가 벗겨진 미소년으로 나타난다. 두 다리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이것은 기회가 포착되면 재빨리 잡아야지 그 순간을 놓치면 영영 놓치고 만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에게 익숙한 ‘크로노스 시간’은 과거부터 미래로 일정한 속도, 기계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의미한다. 크로노스 세계관은 이러한 일반적 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 세계관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맞춘 물리적 시간이 중심이며 산업화 이후 우리 삶을 지배한다.
이제 우리는 이 두 세계관을 균형 있게 활용할 때가 됐다. 크로노스적 사고는 속도와 이익을 중시하며 효율성을 제고시킨다. 반면에 카이로스적 시간은 방향과 가치를 더 중요시하며 창조성 제고에 기여한다. 전자가 주로 후발주자 성공전략에 적합했다면 후자는 선발주자 즉 퍼스트 무버가 되는 데 필요하다. 후발주자가 쉽게 선발주자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다른 세계관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이로스 세계관 원형을 보자. 중국 ‘여씨춘추’와 ‘사기’에 등장하는 강태공(본명은 강상)이라는 인물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강가에서 그저 낚시질로 흘려보낸다. 하지만 그는 바늘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를 끈기와 정성으로 기다린다. 즉 카이로스 시간을 잡기 위함이다. 그리고 드디어 주나라 문왕을 만나 재빨리 기회를 낚아채 준비된 사업계획을 신바람나게 실행해나갔다.
이와 같은 창발적 기회추구 원형은 우리 단군신화에도 나온다. 바로 웅녀 이야기다. 단군 자손 한민족은 웅녀의 기회추구력(?) 덕분에 미래가 열린 것으로 기술돼 있다. 단군신화에서 곰 토템 족으로 추정되는 웅녀는 쑥과 마늘을 가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정진한 끝에 삼칠(21)일 만에 드디어 사람의 몸을 얻고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는다.
우리는 웅녀 이야기에서도 강태공과 유사한 핵심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첫째, 뜻과 비전을 분명하게 세웠다. 둘째,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절실함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했다. 셋째,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핵심 과정에서 1분 또는 1초라는 물리적 시간은 의미가 없다. 오로지 때가 찼는지 여부가 중요할 뿐이다. 카이로스 시간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20일이나 20년은 참고 견뎌야 할 똑같은 ‘인고의 시간’이다.
카이로스 세계관은 바로 ‘인고의 시간’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사고 바탕이 된다.
‘인고의 시간’은 근본적으로 카이로스 신이 지배하며 끈기와 정성으로 채워져야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주어진 기회를 재빨리 알아보고 실현시키는 것이 창발 혁신 핵심이다. 속도보다는 방향, 단기적 경제이익보다는 정신문화적 가치, 효율성 제고보다는 창조성 발휘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면 카이로스 세계관 필요성을 알리는 신호임에 틀림없다.
지난 50여년이라는 크로노스 시간 위에서 한국 경제는 비약적 발전을 했다. 이때 작동한 성공방식이 ‘하면 된다’ 추진력과 ‘빨리빨리’ 학습력이다. 지금은 카이로스 시간 위에서 새로운 성공방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룰 때까지’의 끈기와 정성, 즉 기회추구력이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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