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도 메이저로 부상했다. AMD 차세대 칩을 위탁생산하면서 애플, 퀄컴과 함께 ‘빅3’ 고객을 모두 유치했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 14나노 공정 상용화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2013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는 패색이 짙었다. 최대 파운드리 고객사 애플이 독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시리즈’ 생산처를 TSMC로 옮기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자체 브랜드 AP 엑시노스 시리즈도 수주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모뎀 기술을 갖추지 않았던 탓에 모뎀 원칩 솔루션을 가진 퀄컴에 수주전에서 매번 패했다.
2013년 수주 부진은 2014년 실적 악화로 되돌아왔다. 매출액은 축소됐고, 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DS 부문에선 ‘메모리서 이익 내면 시스템LSI가 까먹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TSMC보다 빨리 14나노 공정을 상용화하면 잃었던 파운드리 고객군을 되찾고 독자 AP 판매량도 다시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 승부수가 통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업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을 상용화했다. 14나노로 생산된 자체 칩 엑시노스7 옥타는 갤럭시S6 시리즈에 다시 탑재되기 시작했다. 20나노 퀄컴 스냅드래곤 810 칩은 삼성전자 주력 스마트폰 내 탑재되지 못했다. 최신 공정 기술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퀄컴은 내년 공식 출시될 스냅드래곤 820을 삼성전자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애플 파운드리 물량도 다시 받아왔다. 애플은 아이폰6S에 탑재된 A9 칩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에 공동으로 맡겼다. AMD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그린란드’와 중앙처리장치(CPU) ‘젠’ 생산을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GF) 14나노 공정 라인에서 생산키로 했다. AMD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GF가 14나노 공정 공유 계약을 맺을 당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스템LSI사업부 실적은 올해 큰 폭 개선이 예상된다. 2분기 엑시노스 칩 공급 확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는 애플 칩을 생산하며 흑자폭을 확대했다. 4분기 퀄컴 스냅드래곤 820 양산을 시작하면서 이익은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AMD 파운드리 관련 매출은 내년 3분기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고성능 디지털 칩(CPU, GPU, AP) 분야서 사실상 받을 수 있는 대형 고객사는 대부분 끌어들였다”며 “14나노 공정을 남들보다 앞서 상용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매출이 작년 대비 약 30% 늘어난 13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000억원 수준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5000억원 수준 흑자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2017년 이후 실적은 10나노 공정에 달려있다. TSMC보다 빠르게, 보다 높은 수율을 달성해야만 지금 확보한 고객군을 다시 뺏기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연간 매출, 영업이익 추정치(자료: 대신증권)>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