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新)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을 2016년 1월 1일 시행한다.
기준안에는 표준 인터넷접속조건을 명시했다. 접속조건을 합리화하고 무선통신서비스를 인터넷 상호접속 체계에 편입시켜 데이터 중심시대에 대비했다. 이동통신 망접속 이중화를 의무화해 ‘무선인터넷 단절(블랙 아웃)’ 위험을 현저히 줄였다.
◇IX정산소·표준접속조건 도입…인터넷 상호접속제도 합리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터넷 상호접속 정산소(IX:Internet Exchange정산소)’를 도입한 것이다. 정산소는 인터넷망 사업자 간 주고받은 트래픽을 실측한다. 이를 토대로 상호접속료를 계산한다. 실제 쓴 만큼만 접속료를 낸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용량 기반 정액제였다. 사용하지 않은 용량에도 돈을 냈다. 실사용량이 많지 않은 중소 사업자에 유리하다. 내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정확한 대가 측정이 가능해졌다. 포털 등 콘텐츠 사업자(CP)는 전용 회선 요금을 따로 내기 때문에 상호접속제도 변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접속료 산정공식을 ‘데이터 트래픽×단가’로 정한 것도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관련 사업자 간 협의’해 정한다. 대기업(접속 제공사업자) 의도대로 접속료가 정해질 위험이 컸다. 전국망 사업자가 확실히 유리했다. 공식이 법으로 정해지면서 자의적 접속료 산정이 불가능해졌다. 테라바이트(TB)당 단가는 미정이다. 연내 확정을 위해 미래부가 사업자와 협상 중이다. 단가 상한을 정부가 정하면 그 범위 내에서 사업자 간 자율 계약하는 ‘상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표준 인터넷접속조건은 사업자 ‘등급(계위)’ 산출 기준을 제시한다. 통신망규모·가입자 수·트래픽 교환비율 3대 기준으로 계위를 정한다. 하위가 상위 계위에 접속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어디에 속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1·2·3계위가 2004년 이후 10년 이상 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계위 사업자가 10년간 아무리 망 투자를 해도 1계위가 될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통신망규모를 키우면 계위를 올리고 접속료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투자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 시대 반영…망접속 이중화로 안정성 향상
무선도 처음으로 인터넷 상호접속 체계에 들어온다. SK브로드밴드와 함께 SK텔레콤도 인터넷 상호접속 규제를 받는다는 의미다. KT와 LG유플러스 이동통신 부문도 포함된다. 모바일에서 인터넷 접속이 늘어난 현상을 반영했다. 4세대 롱텀에벌루션(4G LTE)은 패킷, 즉 데이터로 정보를 전송한다. 무선인터넷 사용이 늘 수밖에 없다. 10월 현재 국내 LTE 가입자 수는 4000만명을 넘었다. 올IP(All-IP) 시대에 어울리는 제도 개편이다.
중요한 점은 무선인터넷 ‘망접속 이중화’가 의무화됐다는 점이다. 무선인터넷은 기지국과 단말 간 무선구간을 제외하면 유선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자사 유선망(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을 사용한다. 단독 유선망이다. 사고·과부하·해킹으로 유선에 문제가 생기면 무선인터넷이 끊긴다.
유선망을 이중화하면 우회로가 생긴다. 무선인터넷 단절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통 3사는 연내 접속이중화를 마쳐야 한다. 유선인터넷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우회로가 많은 게 특징이다. 무선인터넷은 유선망 한 개에 의지했다. 망접속 이중화가 이뤄지면 무선인터넷도 유선인터넷과 같은 안정성을 획득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는 길이 하나였다면 이제는 두 개 이상이라는 의미”라며 “무선인터넷 사용환경이 더욱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신(新)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 주요내용
자료:미래부 고시
◇상호접속(Interconnection):통신사업자 간 통신망을 물리적·기능적으로 연결하는 일. 상호접속료란 접속에 따른 수수료를 말한다. 사업자 등급(계위)을 나눠 낮은 쪽이 높은 쪽에 지불한다. 동등하면 상호 정산한다. 이용자 편익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대규모 통신망은 독점적 효과가 강해 정부가 규제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