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국내 스토리지 시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금융권 중심으로 닫았던 주머니를 열면서 관련업계가 최근 2년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7월~9월)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은 1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성장했다. 시장은 여전히 성장과 하락을 반복, 완전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3분기는 명절, 여름휴가가 겹쳐 비수기에 해당한다.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3분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스토리지 시장은 우려와 달리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2년 중 올 3분기 실적이 가장 좋았다. 상반기 메르스 여파로 미뤘던 사업이 하반기 재개됐다. 제조·공공·금융·통신 전 영역에서 장비도입 사업이 활발했다.
금융권 수요가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하나-외환은행 IT통합 사업을 비롯해 NH농협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 등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스토리지 사업만 150억~300억원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증권 부문 차세대급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금융권 수요는 스토리지 시장 규모를 좌우한다. 대부분 안정성과 확장성에 기반한 고가 장비를 구입한다. 금융권 프로젝트가 늘수록 해당 분기 전체 시장 규모도 큰 폭으로 성장한다.
실제 3분기 고사양급 부문은 5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장이 활황이던 2013년 3분기보다도 20% 성장했다. 기업 투자감소와 중형급 스토리지 성능 개선으로 고사양급 시장은 타격을 받았다. 시장 하락 폭이 가장 큰 부문도 고사양급이다.
금융권 장비증설과 교체 사업이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은 3~5년 주기로 서버, 스토리지 등 주요 전산장비를 교체한다. 차세대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일반 장비교체 사업이다. 대형 금융사가 이 사업을 3분기에 착수했다. 스토리지 수요가 몰렸다.
한국EMC와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는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고사양급 시장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4%, 62% 늘었다. 전체 시장에서는 24%, 26%씩 매출이 성장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시스템 통합 사업과 농협, KB국민은행 등 대규모 사업이 몰리면서 3분기 반짝 실적을 거뒀다”며 “장비 증설 수요까지 발생하면서 하이엔드 영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한국IBM을 제외한 다른 업체도 대부분 20%이상 매출 신장을 이뤘다. 3위를 기록한 한국HP는 126억원 매출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27% 성장했다. 뒤를 이어 한국IBM 9%, 한국오라클 49.7%, 한국넷앱 24.8%, 델코리아 21.4%, 한국후지쯔 46%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4분기는 예산소진 기간이라 성수기에 해당한다. 내년 초에는 우리은행 차세대 사업 등 굵직한 금융권 사업이 시작된다. 성장 동력은 있지만 전체 시장을 얼마만큼 견인할지는 미지수다. 갈수록 낮아지는 HW 단가 때문이다.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 깜짝 실적을 거뒀다고 하지만 시장이 완전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용량 기준으로 시장은 성장하지만 HW 단가가 계속 떨어져 매출 기준 두 자릿수 성장률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