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개조형 로봇 굴삭기 시스템’이 싱가포르 수출길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구입을 타진했던 업체에 시제품을 선적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기계 부문은 조만간 싱가포르 중장비 업체 ‘시아앤드예오(SIA&YEO Heavy Equipment)’에 ‘무개조형 로봇 굴삭기 시스템’ 시제품 3대를 선적할 예정이다.
구매 계약 전 마지막 성능 검증 차원으로, 시아앤드예오는 작년부터 한화에 제품 구입을 타진했다.
한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개조형 로봇 굴삭기 시스템은 원격으로 굴삭기 차체와 팔을 조종할 수 있는 장치다. 굴삭기에 장착하는 제어장치와 원격 조종기가 한 세트다. 회사는 두 기술 모두 확보해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유압식 굴삭기를 통째로 개조하지 않아도 시스템만 장착하면 ‘무인 굴삭기’로 변신한다. 기존 무인 굴삭기는 굴삭기를 통째로 개조해야 해 사람이 탈 수 없거나 가격이 비쌌다. 시장성이 낮아 대중화되지 못했다.
반면에 한화 시스템은 1000만원대 비용으로 기존 유압식 굴삭기를 무인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무인 활용도 가능하다.
작업자가 작업 현장까지 굴삭기를 운전해 옮긴 뒤 원격으로 조종한다. 넓은 시야로 작업 반경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한화는 현재 싱가포르 회사와 최종 납품 단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제어기 주요 부품을 내재화해 가격을 낮추는 중이다.
개발 당시 안정적 성능 구현을 위해 외산 부품을 채택했지만 부품을 국산화하면 더 낮은 가격에 양산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회사는 지난해부터 제품 시연을 보고 구매를 타진해왔다. 판매권을 비롯한 사업화 협의를 진행해 200~250대가량 구매를 희망했다. 정식 출시 전부터 구매 의향을 밝혀 한화의 첫 고객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시제품 성능 검증이 끝나면 내년 초 수출 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과 검증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수출이 진행되는 셈이다. 현장 수요가 반영된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제품 개발 마무리 단계에서부터 해외 전시회에 제품을 내놓고 고객사를 물색해왔다”며 “싱가포르 업체는 굴삭기 자체를 대폭 개조하지 않아도 무인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을 타진해왔다”고 전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