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네트워크 장비가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입찰 홀대’를 받고 있다. 사업입찰 규격서에 외산제품 특정 모델명을 명시해 국산 제품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성능 국산 제품은 처음부터 사업 참여가 배제된 셈이다. 정부 계약예규를 보면 ‘공공기관은 물품 제조·구매 입찰 시 특정 상표나 특정 규격, 모델 제시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공기관은 규격에 맞는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특정 모델을 가이드라인처럼 제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 바로 구매하면 될 일이지 굳이 공공입찰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는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산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 국산 제품 역차별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다.
네트워크 장비산업은 국가 통신산업 근간이다. 이 산업이 무너지면 통신강국인 우리나라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공공시장마저 외산 네트워크 장비에 내주면 아무리 훌륭한 통신 서비스를 갖췄더라도 외산 장비가 아니면 운영될 수 없다. 기술 종속은 당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에 외산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방송장비 ‘외산 종속’을 경험했다. 휴대폰과 PC를 글로벌 시장에 많이 팔았지만 퀄컴과 인텔 배만 불리는 상황도 지켜봤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기관 외산 장비 선호 관행을 바꿔야 한다. 국산 장비 우선 구매정책을 펼쳐 국내 산업보호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국산 장비 구매가 늘어나고 신흥시장에서 수출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 관심이 없으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없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 시장이 살아나면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경영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멀리 보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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