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커졌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기업 모두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신사 신규 설비투자(CAPEX)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세대 (5G) 이동통신 상용화까지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팽배하다. 내년에도 실적 하락을 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IoT)과 해외 진출 등 신규 사업으로 수익 다각화를 노리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 대부분은 작년 대비 30% 수준 매출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3분기까지 예상했던 통신사 설비투자 규모가 연초 발표했던 금액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4분기까지 투자 예상액을 감안하더라도 매출이 작년 대비 30% 정도는 줄었다”고 밝혔다. ZTE코리아도 지난해 비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매출을 기준으로 70~80% 수준에 머물 것이란 평가다.
세계시장에서 급성장세를 보인 화웨이도 국내시장에선 곤혹을 치르고 있다. 화웨이코리아는 “세계 네트워크 시장에서 성과가 좋아 연구개발(R&D) 등 활발한 재투자가 이뤄지지만 올해 국내시장은 해외시장 대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만큼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산네트웍스 등 국내업체도 네트워크 사업 부문은 지난해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다산은 지난 16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00억원으로 작년 대비 62%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9억원 적자”라고 공시했다. 예상보다 적자 폭이 확대돼 올해 20억~30억원 규모 적자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네트워크 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든 데는 통신사 투자 감소가 직격탄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분기까지 투자액은 3조2952억원이다. 연초 계획했던 6조4000억원 대비 51.5%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KT 기가인터넷 등 추가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통신사 매출이 줄면서 투자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저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많다. 2018년 상용화를 계획하는 5G 등 차세대 통신기술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 통신사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5G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에 연착륙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네트워크 장비업계 겨울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상황을 네트워크 장비산업이 ‘협곡’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IoT와 미디어 네트워크 시장 공략 등 돌파구를 모색한다. 시스코코리아는 “기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이 정체기에 머물렀다고 판단, 점점 커지는 미디어시장에서 네트워크 장비 수요를 찾을 것”이라며 “IoT 등 신규사업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산은 미국·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로 시장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체 매출 가운데 글로벌 시장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다산은 “IoT 등 신성장 동력으로 네트워크 시장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내년에는 가시적인 IoT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통신 3사 2015년 설비투자계획과 현황
자료 : 업계 취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