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산출내역서, SW 제값 주기 `발목`…후진적 계약관행 개선 시급

불명확한 SW사업 산출내역서 개선이 시급하다. 소프트웨어(SW)사업 대가를 산정하는 후진적 공공정보화 계약 관행이 SW 제값 주기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 따르면 SW사업 산출내역서 최종 제출 시기를 설계 후로 조정하는 등 관련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전자정부지원사업 계약특수조건에 따른 용역범위는 ‘갑이 제시한 제안요청서와 을·병이 제출한 제안서, 산출내역서 등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사업 수행 범위와 사업대가 산정을 제안요청서·제안서·산출내역서 등으로 확정한다는 것이다. 일반용역사업 계약특수조건에는 용역범위 언급 자체가 없다.

문제는 제안요청서·제안서·산출내역서 모두 명확하지 않다. 발주기관에서 제시한 제안요청서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기반으로 작성한 제안서나 산출내역서 모두 모호하다.

한 SW업체 대표는 “명확하지 않은 산출내역서 등으로 사업 대가를 산정하면 설계 후 과업이 변경돼도 추가 비용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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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이 SW제값주기 간담회를 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초기 계약당시 100억원 규모 산출내역서를 제출했으나 설계 후 과업변경으로 140억원 규모가 돼도 추가 40억원을 지급받기 어렵다. 초·중·고·특급 투입인력 비율도 산출내역서에 명시돼 인력이나 과업 조정이 어렵다. 해당 업체는 140억원 규모로 사업을 수행하고도 초기 제출한 산출내역서 기준으로 100억원만 지급받는다. 설계 결과를 초기 산출내역서에 담은 100억원 규모로 줄이지도 못한다.

해법으로 전체에서 30%에 해당하는 사업을 설계가 완료된 후에 사업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중견 IT서비스업체 대표는 “수행업체는 계약 시 산출내역서 초안을 제출하고 설계 완료 후 제시한 최종본으로 사업대가를 확정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약특수조건 용역범위 내용을 ‘설계가 완료된 후 14일 이내 설계 기준으로 용역범위를 확정하고 이후 산출내역서를 제출한다’로 변경해야 한다.

계약조건에 언급된 과업변경 대금 지급 내용도 명확히 해야 한다. 설계 변경은 과업 변경으로 간주, 해당 비용을 을·병에게 지급 또는 환수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현재 사업수행자는 과업 수행 중 계약담당공무원이 수정·추가를 요구하면 응해야 한다고만 명시됐다.

설계 후 산출내역서로 사업대가를 산정하면 수행업체는 투입 인력과 자원 예측이 가능하다. 무리한 설계 변경이나 추가 요구사항 협상도 한다. 발주기관은 과업변경 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 감사 부담이 준다.

제안서에 투입인력과 기간, 초·중·고·특급기술자 등을 구분 노임단가를 제시하는 것도 개선 사항이다. 대부분 공공정보화 사업 제안서 양식에는 ‘하도급 지급 대금 세부내역’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내용을 입력하는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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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SW제값주기 간담회를 하고 있다.

SW업체 대표는 “정부는 정보화 사업 대가 기준을 기능점수(펑션포인트) 기반으로 한다더니 인력 수와 노임단가를 제시하게 해 머리수(헤드카운트) 기준으로 사업대가를 선정한다”고 토로했다. 머리수 기준은 인력 운용 유연성이 떨어진다.

기능점수 활용이 확대되면 과도한 인력투입 경쟁을 탈피하고 기술 개발을 우선할 수 있다. 유연한 인력운영이 가능하며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 발주기관은 인력이 아닌 품질 기반으로 사업관리가 가능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발주기관이 제안요청서를 수백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상세히 작성한다. 상세한 제안요청서에 기반해 정확한 투입인력과 기간, 적용 기술을 산출내역서에 담는다. 설계와 구축을 분할해 발주하는 분할발주 제도도 운영한다. 사업대가 기준도 머리수 기준보다 기능점수를 적극 활용한다.

정부도 현 계약 관행에 문제점을 인식한다. 후진적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와 구축을 분할 발주하는 방식 도입을 추진한다. 강성민 조달청 기술서비스총괄과장은 “현재 분할발주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이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은 “1단계 요구사업을 하지 않으면 구축 사업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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