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중곡동 중곡제일시장 협동조합 사무실 벽은 표창장으로 빼곡했다.
대통령, 장관, 서울시장, 구청장한테 받은 표창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 방문 사진만 20장이 넘었다. 박 대통령은 중곡제일시장을 두 번 방문했다. 지난 2월 10일 설을 앞두고 창조경제 성공사례 현장인 중곡제일시장을 찾았고 당선자 시절인 2013년 2월 이곳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시장, 정보통신기술(ICT), 문화를 접목한 나무카페와 로봇체험관을 둘러보고 상인과 창조경제를 통한 시장 활성화 방안도 논의했다.
중곡제일시장은 ICT를 이용해 국내 전통시장 최초로 콜센터를 설치해 전화 한통으로 장보기를 끝낼 수 있다. 지난 9월부터는 모바일 시대에 각광받는 O2O(Online to Offline)마케팅을 도입했다. 모바일 상품권과 자체 쿠폰 발행으로 매출이 늘었다. 창조경제 모범현장으로 자리매김해 전국에서 공무원과 상인단체 견학이 줄을 잇는다.
류정래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을 11월 15일 일요일 오후 2시 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는 송주민 감사와 김태근 이사가 배석했다.
-이사장은 상근인가.
▲오전에 가게 영업을 하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조합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이사도 같다. 모두 무보수다.
-시장 점포는 몇 개인가.
▲143개다. 채소, 과일, 수산물, 정육, 의료로 업종이 다양하다.
-국내 최초인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3년 9월부터 전통시장 최초로 시작했다. SK텔레콤 지원을 받아 ICT와 접목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장에 초고속 유무선 망과 점포마다 마이숍(my shop)을 설치했고 쉼터인 나무카페도 마련했다.
-장보기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하나.
▲조합사무실에 콜센터를 설치해 온라인 주문을 받으면 장보기 팀에서 물건 구입 후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 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주문을 받는다. 장보기 팀은 4명이다. 한 사람은 콜센터를 담당하고 한 사람은 배송, 두 사람은 장보기를 한다. 배송비는 1000원이다. 고객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상인도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음식점에서 장사하다 재료가 떨어지면 장보기 서비스로 주문하면 즉시 사다 준다.
-장보기 서비스 품목은.
▲1차 신선식품과 떡, 정육을 포함해 점포에서 파는 상품은 모두 장보기 서비스 대상이다.
-O2O 마케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지난 4월 내부 논의를 거쳤다. 모바일커뮤니티인 ‘제일시장 밴드(Band)’를 운영한다. 고객에게 시장 공지사항과 할인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9월 21일부터 마케팅 전문기업인 인터랙티비와 협무협약을 체결했다. ‘딩동’으로 모바일상품권과 주차권을 발행했다.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고 주차비도 정산할 수 있다. 고객 반응이 아주 좋다.
-왜 좋아하나.
▲모바일 상품권을 현금 대신 사용하면 편리하고 수수료가 없다. 영세 상인한테 카드 수수료는 부담이다. 수수료가 없으니 상인도 좋아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영세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내리기로 해 다행이다. 지난 6월 1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이 이곳을 방문했다. 이 때 영세상인 카드 수수료 인하와 온누리상품권 문제점 해결을 건의한 바 있다.
-매출은 늘었나.
▲장보기 서비스로 매출이 종전보다 15∼20% 늘었다. O2O 마케팅 추가 비용도 없다. 밴드와 딩동PNS로 시장 공지사항이나 할인 정보를 고객에게 알린다. 과거 문자발송을 한 번 하면 25만원이 들었다. 현재 모바일상품권은 고객에게 20% 할인해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품질 좋은 상품을 20% 싸게 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일흔이 넘은 어르신도 딩동에 가입해 물건을 구매한다.
-전통시장과 다른 마케팅은 무엇이 있나.
▲전통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매장 POS(Point of sales)시스템 설치가 어렵다. 전통시장 환경에 적합한 모바일 상품권 인증단말기인 ‘딩동 스탬프’를 활용한다. 자체 쿠폰발행으로 6개월 순이익이 1000만원에 달했다. 모바일 상품권은 20%를 할인하고 1만원 금액권을 사용하면 모바일 주차권을 서비스로 준다.
-품질은 어떻게 보증하나.
▲전통시장에서 수십 년 신선식품 장사를 한 분들이다. 그간 거래처가 있어 절대 품질을 속일 수 없다. 그랬다간 이 시장에서 장사할 수 없다. 국내산 육류는 가축이력번호, 도체번호를 표시한 등급판정확인서와 도축검사증명서를 모두 확인한다.
-게릴라 세일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게릴라 세일 이벤트를 주 3∼4회 실시하는데 선착순이다. 가령 2시부터 한다고 알리면 1시부터 기다린다. 시작 30분이면 동이 난다. 가격도 최대 50%까지 할인한다. 모두 줄을 서야 한다. 상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그 점포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 상품에는 점포호수와 상호, 전화번호까지 표시한다. 시장노래자랑도 한다. 상품은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다.
-주변 대기업과 골목상권 갈등은 없었나.
▲시장 주변에 마트가 10여개 있다. 갈등이 없지는 않다. 일부 마트 불법행위를 구청에 민원 제기했다. 중곡제일시장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입점해 있지만 전통시장 상생 1호점으로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매출이 10∼15% 늘었다.
-앞으로 어떤 시장정보화를 추진할 계획인가.
▲전통시장 정보화는 상인 매출에 도움을 주고 상인과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ICT를 접목할 생각이다. 점포 도난방지를 위해 현재 CCTV를 210만화소로 전면 교체한다. 전통음악방송도 시작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장보기 서비스는 정부와 서울시가 80%, 조합이 20% 부담했다. 기간이 3년이다. 올해 말이면 정부 지원이 끝난다. 장보기 서비스는 고객 반응이 아주 좋지만 조합이 자체 운영할 여력이 없다. 정부 지원이 끝나면 3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민 편익을 위해 장보기 서비스 지원을 계속해 주길 바란다. 과거보다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나 고객 편의시설을 많이 개선했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역부족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ICT전통시장 사업은 현실에 맞아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게 그동안 추진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지원과 지도를 해야 한다. 가령 전통시장에는 노점상도 있고 영세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카드나 현금영수증 같은 증명서류가 필요한데 노점상이나 영세상은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시장 인근 매장에서 암암리에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전통시장이 아닌 곳에서 사용하는 일은 근절해야 한다. 정부 지원 사업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
-SK텔레콤에 바라는 점은.
▲전통시장 ICT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전통시장 인근에 유치원이 수십 곳 있다. 엄마와 장을 보고 ICT현장을 견학하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카페가 좁아 도움을 요청했다.
-조합 운영은.
▲모든 일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조합비와 분담금 회계를 매월 보고한다. 모든 일을 이사들과 협의해 결정하고 일단 결정하면 담당 이사가 책임지고 실행한다. 금전관리도 법인 도장은 이사장이, 통장은 담당 이사가 보관한다. 사업이 끝나면 담당 이사가 결과를 보고하고 미흡한 점은 토의 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자체 쿠폰발행 현황을 날마다 기록하고 감사가 확인한다. 이사회 날은 청문회장을 방불한다. 얼마나 따지고 캐묻는지 살벌하다. 조합원 건강을 위해 강남 제일정형외과병원과 지난 8월말 업무협약을 맺었다. 상인 전담팀과 진료실을 마련했다. 급한 환자는 2시간 안에 검사결과를 알려준다.
-견학도 많이 온다는데.
▲올해만 전국 행정기관과 상인 단체에서 스무 차례 견학을 왔다. 모바일상품권과 딩동, 게릴라 세일에 관심이 많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이다. 취미는 독서와 음악 감상이다.
류 이사장은 지난 4월 취임했다. 임기는 4년이다. 시장에서 18년째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류 이사장 휴대폰이 울렸다. 류 이사장은 “주문받은 상품을 배달해야 한다”며 나갔다. 중곡제일시장은 2012년 전통시장 최초로 독자브랜드 ‘아리청정’을 만들어 참기름과 들기름 등 상품을 판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