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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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LED 산업 분야 연구개발(R&D) 신규사업(전자정부디바이스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통신진흥기금에서 예산 지원을 중단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미래부를 만들면서 그간 산업부에서 관리하던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미래부로 이관했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체된 과거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미래부로 되돌린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기금은 이관됐지만 반도체 등 사업이 산업부 소관으로 남으면서 이 분야 신규 연구개발 예산 지원을 놓고 미래부와 산업부가 신경전을 벌여왔다.

해당 예산은 2016년을 기점으로 신규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기존 사업은 순차적으로 삭감·종료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내년도 반도체 부문 신규 R&D가 비상이다. 국회 산업위와 미래위가 별도 소위도 거치지 않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전향적 모습도 보였다. 예결위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실제로 안건에 오른 예산은 0원이다. 산업부 연구개발 사업 규모는 900억원 안팎이다. 연간 380여개 R&D 사업을 운영하는 산업부 특성상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1차 타격은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기대온 대학이 받는다. 석·박사 학생에게 최소 연구비도 지원하기 힘들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대학과 기업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 기술 추격이 무섭다. 중국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한국을 넘어선 데 이어 첨단 OLED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반도체까지 진입할 태세다. 지난 20여년간 대학 인력양성과 산업육성에 집중한 결과다.

중국은 실패를 무릅쓰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를 이어왔다. 결국 세계를 긴장시킬 만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 디스플레이는 향후 3년, 반도체는 향후 5년이 고비다. 정부 연구개발 정책은 수년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 유연한 협력을 기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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