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중국이 원하면 지분 매각 가능”… 양국 반도체 협력 강화되나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중국이 원할 경우 다량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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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만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최근 개최된 연례 투자자 행사에서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면 중국 자본에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며 “중국 투자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창 회장은 “TSMC 지분 25% 적정 취득 금액은 최소 300억달러(약 34조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대만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약 1120억달러에 이른다.

창 회장 발언은 최근 대만 반도체 업계에 중국쪽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10월 대만 반도체 패키지 업체인 파워텍 지분 25%를 취득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세계 2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인 미디어텍 지분 취득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업체인 파워칩은 중국 허페이시와 손잡고 현지에 300㎜ 웨이퍼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부분의 투자자금은 허페이시가 댄다.

전문가는 이처럼 중국과 대만이 피를 섞는 사례가 많아지면 한국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TSMC와 미디어텍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관계다. 대만에는 노바텍 등 국내 팹리스와 경쟁하는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C) 업체도 많다. 칭화유니그룹은 대만 메모리 업체 이노테라의 이사장이자 난야의 총경리역을 맡아왔던 가오지첸을 영입한 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시장과 자본을 가진 중국이 대만 기술까지 흡수하면 한국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대만 정부는 그간 중국으로 인력, 기술 유출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 예로 대만 투자심의위원회는 얼마 전 칭화유니그룹 현지 연구개발(R&D) 자회사 건립 요청을 기각했다. 인력 유출을 우려해서다. 중국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과 밍 카이 미디어텍 CEO도 이 같은 정부 행정에 “대만 산업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만 반도체 업체는 중국을 상대로 대부분을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의 정상회담 성사로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지난 9월 대만 경제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에 300㎜ 웨이퍼 공장을 세 곳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는데, 양국의 적대적 관계가 해소되면 계속적으로 관련 규제가 허물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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