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반도체산업 위기진단 및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 움직임을 우려하며 정부에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할 것을 호소했다. 노영민 의원은 “반도체는 국격을 높인 국가 전략산업으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며 “정부는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으로 매년 열리는 ‘반도체의 날’을 만들자고 제안한 인물이다.
“반올림이란 단체가 반도체산업을 ‘죽음의 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꼼꼼하게 따져보는 토론회를 열 생각은 없나”고 그에게 물었다. 노 의원은 “그런 건 보건복지위원회 같은 곳에서 해야 한다. 이쪽에선 다룰 수 있는 법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 문제에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이미 초법적이다. 삼성전자는 기금 1000억원을 마련해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에겐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금전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재해법이 통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도 묵묵부답이다.
반올림은 이마저도 가로막고 있다. 이들은 ‘죽음의 공장, 재발방지대책이 중요합니다’는 주장을 담은 전단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뿌리고 있다. 유엔 인권보고관은 ‘피해자에게 증명의 책임을 지운다’는 반올림 주장만 받아들여 소모적 논쟁만 키운 뒤 홀연 출국했다. 정확한 팩트는 산재신청 후 1차 역학조사를 정부가 실시하는 것이다. 벤젠이 검출됐다고 폭로한 교수는 이 문제를 중재하는 민간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교육감은 마침내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기업에 관내 학생을 취직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인수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을 보도하며 한국 반도체산업에 흠집을 냈다.
필요한 것은 선전 선동이 아니다. 누구라도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격을 높였다던 반도체산업은 말 그대로 죽음의 산업으로 굳어진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