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성장 2막을 열었다. 새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주역이다. 현대차 최고 수작으로 평가받는 제네시스는 이제 단일 차종이 아닌 고급차 제품군을 아우르는 브랜드가 된다. 기존 제네시스(신차명 G80)를 포함한 에쿠스(신차명 EQ900·G90), 새로 개발할 중형세단과 쿠페, SUV 모두 제네시스 이름을 단다.
국내외 소비자와 자동차 업계도 기대한다. 현대차가 거의 반세기 만에 ‘가성비’를 넘어 ‘감성비’와 고급차 시장까지 공략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합리적 가격으로 사랑받았지만 ‘최고의 차’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간 이미지를 불식할 수 있는 기회다. 고수익 고급차 시장 개척은 현대차를 포함한 우리 산업 전체 당면 과제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이 말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브랜드와 말을 앞세우는 것은 쉽지만 제품은 정직하다. 한국에서 EQ900, 해외에서 G90으로 출시되는 에쿠스 후속 모델 성공이 그만큼 중요하다. EQ900은 양산 라인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급 모델이다. 판매량과 관계없이 품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간 시너지다. 현대차는 두 개 브랜드를 갖는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품질이 동반 상승해야 한다. 일각에서 ‘그럼 현대차 품질이 차별 받는 것 아니냐’ ‘현대차 품질 관리가 엉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 현대차 품질은 제네시스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네시스에서 보여준 ‘기본기 혁신’을 아래 차급에 차례로 이식했기 때문에 나온 호평이다.
당분간 새 브랜드를 현대차와 따로 떼어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차 품질이 인정받아야 제네시스가, 제네시스 품질이 인정받아야 현대차가 인정받는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럭셔리’ 이미지를 가지려면 현대차 브랜드도 ‘세미-럭셔리’까지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단 한 차종 품질도 놓치지 않는 장인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