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대형 저축은행, ‘지방은행도 제쳤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대형 저축은행이 자산 규모로 소규모 지방은행까지 제쳤다. 일본계, 대부업계를 중심으로 일부 저축은행 대형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 총자산 규모는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제주은행을 웃돌았다.

올해 3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 총자산은 약 3조8539억원으로 제주은행 총자산인 3조6283억원보다 약 2256억원 많았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 2, 3, 4계열 저축은행을 합병해 통합 SBI저축은행으로 공식 출범했다. 공격적인 영업력 확충을 기반으로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한 기업여신 확대, 특판 상품 등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자산을 증가시켰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회계연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45억원을 달성해 경영권 인수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자산규모 업계 2위 저축은행인 HK저축은행 총자산은 약 2조287억원으로 1위 기업과 자산 격차는 약 1조8252억원이다.

업계에서 대형 저축은행을 분류하는 기준인 ‘1조원 클럽’에 드는 저축은행은 SBI, HK, 한국투자, 모아, 오케이, JT친애, 동부, 하나, 현대, 웰컴 등 총 11개다. 지난해 저축은행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한 오케이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 단기간 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객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고객을 유치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며 “지방 중소 저축은행은 대형 저축은행의 지방 점포 등과도 경쟁이 어려워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대형화 조짐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민간서민금융회사 역할 강화방안’을 내놓고 저축은행이 영업구역을 확대하면 원칙적으로 합병 인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축은행 본래 설립 취지에 맞는 지역주의 원칙을 유지하라는 주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지방은행보다도 커진 대형 저축은행이 생겨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고 대형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 관리도 차등화할 계획”이라며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외형을 확대하는 것보다 서민·지역 밀착 금융으로 가야한다는 전제하에 정책 방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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