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야당 보이콧`에 협의도 못하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야당의 여야정 협의체 참가 보류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루라도 해를 넘기면 조기 발효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우선 논의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3일 오후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 관련 상임위원회 간사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30일로 예정된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참가를 보류하기로 했다.

여야는 지난 5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당 정책위, 관련 상임위와 관계 장관이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30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6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된 한중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논의하는 협의체다.

새정치연합은 한중 FTA 피해업종 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협의체 참여 보류를 결정했다. 정부에 추가 협상도 요구하기로 했다.

야당이 갑작스레 협의체 참여를 보류하면서 정부 한중 FTA 연내 발효 계획도 흔들리게 됐다. 정부는 한중 FTA를 올 연말 발효하면 즉시 1년차 관세 인하가 적용되고, 내년 1월 1일 곧바로 2년차 인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내 발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당 역시 같은 이유로 비준 동의안 조속 처리를 야당에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이 협의체 가동 시기를 일주일 남겨두고 보류한 것은 제1 야당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대대표 간 합의가 이뤄진 사항을 스스로 뒤엎은 모양이 됐다. 보완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나온 것이다. 오히려 야당이 원하는 보완대책을 강화하려면 상호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국회 상임위 비준 동의안 처리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외통위는 지난 23일 한중 FTA 내용·영향·활용방안 공청회에 이어 26일 보완대책 공청회를 갖는다. 공청회에서도 협상 내용과 효과를 놓고 여야 의원, 전문가(진술인) 견해가 엇갈렸지만 논의 자체는 이뤄졌다.

여야가 이번 주 물밑 조율로 11월 초 협의체 가동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입장에서도 원내대표가 한 약속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백지화하기 부담스러운 탓이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연내 발효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여야정 협의체 관련해서는 국회 간 논의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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