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출 상황이 어렵다. 8월까지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교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줄었다. 그나마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셈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중소·중견기업 해외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일이다. 우리 수출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중견기업 해외 마케팅과 무역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기업도 내수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 수출기업이 내수기업에 비해 고용증가율은 3.8배, 1인당 매출액 증가율과 임금상승률은 1.6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은 국가 차원만이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필수다.
최근 저유가, 엔저, 유로화 약세 등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행히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전자무역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중소·중견기업도 손쉽게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 수출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해외 시장 정보는 많지만 어떤 것이 믿을 만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어렵사리 해외 바이어를 찾았더라도 수출 계약을 어떻게 체결해야 할지, 무역 관련 서류는 어떻게 준비하고 위험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투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내수 중소·중견기업 2400개사를 대상으로 ‘수출 과외’를 진행 중이다. 무역 1조달러 달성 주역인 퇴직 무역전문가(이하 수출전문위원)가 과외 선생님이다.
수출전문위원은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수출 전략을 제시한다. 해외 바이어와 협상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해외 전시회 참가, 무역보험 등 정부의 다양한 수출지원 사업을 기업 사정에 맞춰 소개한다.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해외 바이어 180개사와 국내 기업 500여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수출 첫걸음 종합대전이 열렸다.
행사에서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O사는 태국바이어와 12만달러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대표는 “제품에 자신이 있었지만 유통·마케팅 벽에 부딪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사업’ 참여로 판로를 확보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회사는 말레이시아·미국과도 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두피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K사는 7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수출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던 차에 수출전문위원이 계약서 작성 등에서 자문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회사는 수출전문위원 지원 속에 중국 선전 쇼핑센터 입점 계약도 체결했다. 지금은 중국 유력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준비 중이다. 두 회사 외에도 7월까지 총 414개 내수 중소·중견기업이 수출기업화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맞춤형 과외 효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로 합심해 일이 잘 이뤄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수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인 우리 중소·중견기업과 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수출전문위원에게 딱 들어맞는 얘기다. 앞으로 제2의 O사, K사 같은 기업이 많이 출현해 우리 수출을 앞장서 이끌어 가길 기대해 본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 차관 kslee61@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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