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방식은 이번 한번으로 충분합니다. 다음 번 차세대 프로젝트는 절대로 빅뱅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빅뱅 방식으로 진행한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 공통된 목소리였다. 2000년대 초반 산업은행을 필두로 우리·기업·외환·신한·하나·국민·대구·부산 등 전 은행이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빅뱅 방식은 핵심시스템인 기간계시스템을 포함, 주변시스템을 특정 기간 내 재구축하는 형태다. 은행권은 통상 2년 동안 분석설계부터 구축, 테스트까지 모두 완료한다. 반대 형태가 단계적 방식이다. 7년 동안 정보시스템 현대화를 진행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대표 사례다.
2010년 들어 은행권 포스트 차세대 시대가 열리면서 또 다시 빅뱅 방식이 대세로 등장했다. 먼저 기업은행이 2014년 10월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빅뱅 방식으로 구축해 가동했다. 2차 컨설팅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과 구축 사업자를 선정 중인 우리은행도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 방식으로 ‘빅뱅’을 선택했다. 은행권 한 CIO는 “과거 1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 후 다시는 빅뱅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포스트 차세대도 빅뱅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 위험 요인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빅뱅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단계적 방식으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가시적 효과를 만들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오랜 기간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것보다 이른 시간 내 새로 만드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손쉬운 거버넌스 확립도 빅뱅 방식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소규모 프로젝트로 부분별,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하기 어렵다. 정보기술(IT)조직이 현업에 비해 영향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 현실에서는 더욱 힘들다. 반면에 빅뱅 방식은 단기간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최고경영자(CEO) 영향력을 활용, 거버넌스를 확립하기 수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뱅 방식의 문제점은 여전히 거론된다. 수천억원이라는 막대한 IT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개발 기간 동안 신기술 반영이 어려워 완료 후 추가 고도화 작업을 필요로 한다. 프로젝트 실패 시 미치는 후폭풍은 매우 크다.
시장에서는 당연히 빅뱅 방식을 반긴다. 단계적 방식은 소규모 예산이 편성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빅뱅 방식은 한 번에 많은 예산이 투입돼 사업자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기업은행 포스트 차세대는 2500억원이 투입됐다. 산업은행은 2000억원, 우리은행은 25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2기 차세대 사업을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이 시작됐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