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 쓰는 표현으로 사제사초(事齊事楚)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제(齊) 나라를 섬겨야 하는지, 초(楚)나라를 섬겨야 하는지 하는 말로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정을 말한다.지난해 10월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도 사제사초처럼 어려운 정책적 선택이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용자 차별이 완화되고 통신비 거품이 제거됐으며 요금·서비스 경쟁이 유도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제조사 실적 부진 문제가 제기되면서 단통법이 마치 이통시장 침체 주범인 양 공격받고 있다.
단통법을 향한 이러한 비판은 상당 부분 오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가장 큰 오해는 단통법이 단말기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은 대부분 낮아졌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번호이동·고가요금제 일부 가입자 위주로 고액 지원금이 지급됐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기기변경과 중저가요금제 가입자도 일정 수준 지원금을 받게 돼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이용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예전에는 유통점이 2년 약정 시 당연히 할인해 주어야 하는 요금을 단말기 보조금인 것처럼 혼동을 줘 파는 행태가 일반적이어서 소비자는 본인이 고액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를 산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못한 때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보조금을 많이 받아 공짜폰, 마이너스폰 이익을 누린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다수 소비자는 단말기를 싸게 샀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매월 고지서에 청구된 2만~3만원 할부금을 2~3년 할부기간 동안 꼬박꼬박 내고 있었던 것이다.
단통법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주장보다 더욱 본질적인 문재는 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시장에서의 경쟁이 얼마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단통법으로 경쟁이 활성화된다면 이통사는 통화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결합상품이나 요금제로 서비스를 차별화하지 않을까.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20% 요금할인제도가 활성화돼 지원금을 받지 않고 단말기를 구매하는 패턴이 많아지면 제조사 간 출고가 경쟁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까.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통신 소비를 하지는 않을까.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나,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하이마트의 적극적 공세와 이에 대응하는 이통사 서비스 강화전략, 소비자 중저가요금제 가입이나 20% 요금할인제 가입 증가 그리고 좀처럼 출시되지 않을 것 같았던 중저가 단말기 등장 등은 법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통법이 사제사초처럼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뜻은 무엇을 선택했어도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제정된 것은 이익이 비용보다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말기 시장과 통신 시장 모두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통법을 향한 단순한 비판이 아닌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과 종합 비교로써 차선책을 찾아가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단통법 운용의 묘가 아닐까.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thlee@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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