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SW] 중국은 지금 SW창업 열풍…`제2의 마윈`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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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16일 중국 상하이 북동부 양푸구. 상하이를 관통하는 황푸강과 접한 이곳에 자리한 스타트업 창업지원 기관 ‘STEP’에서는 대륙 무더위가 무색한 창업 열기를 만날 수 있었다. 입주센터 곳곳이 벤처 기업가로 가득했고,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장면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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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내 창업 입주센터에서 젊은이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얀첸 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지금까지 1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지원했다”며 “이 가운데 30% 이상이 정보통신기술(ICT) 등 범소프트웨어(SW)분야 회사”라고 말했다.

STEP(Shanghai Technology Entrepreneurship Platform)을 상하이 대학생 과학기술창업관리위원회가 2006년 설립한 창업기금회(EFG)가 창업단지와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2011년 세운 별도조직이다. 지난해에만 300여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창업자금, 창업공간 등을 아낌없이 지원한 뒤 18개월 후 무조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만큼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곳은 ICT나 SW분야 입주기업이 많아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가지고 작업을 하는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STEP를 운영하는 지 밍 매니저는 “무역회사 등 전통기업은 받지 않고 있다”며 “IT, 과학기술 관련 회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STEP 지원을 받은 224개 프로젝트 가운데 38%에 달하는 86개 프로젝트가 모바일을 포함한 범SW분야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28개 프로젝트가 지원을 받으며 범SW분야 점유율이 31%에 달했다.

입주기업 중 한 곳인 ‘위코믹스(WeComics)’를 지난해 설립한 켈리 가오 CEO는 “스마트폰이 중국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스마트폰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면서 PC 사용자가 대거 모바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위코믹스는 사진에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붙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니니(nienie)’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한 지 1년 남짓 된 회사지만 직원이 30명이나 된다.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불과 서른 둘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전문기술자가 아닌 광고 전공자로서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켈리 가오 CEO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이 등장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IT·SW 창업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며 “마윈, 리옌홍 등이 창업자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창업지원기관에 젊은이가 몰리고, 이들이 ICT·SW분야 창업에 청춘을 투자하는 데에는 중국경제 구조 변화에 큰 원인이 있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유지해온 ‘자본집중·저임금’ 정책이 한계에 달하면서 ‘제조업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 광둥, 저장 지역 전자업체가 연쇄도산하면서 위기가 현실화됐다. 중국 내에선 “고(高)기술 제품은 미국, 일본, 한국에 밀리고 저(低)기술 제품에선 인도, 베트남 등에 밀린다”는 ‘샌드위치론’까지 대두하는 상황이다.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알고도 눈 감았던 수많은 내부모순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중·고속 성장단계에 진입하자는 ‘신창타이(新常態)’ 구상이 등장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제시한 이 말은 중국 경제를 연 10% 내외 고속성장 시대에서 7~8% 내외 안정적 중고속 성장시대로 진입시키자는 국가비전을 담고 있다. 그 핵심 전략은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로 요약된다.

중국 제조 2025는 차세대 IT·우주항공·신에너지 자동차·신소재 등 10대 산업영역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독일), 영국 제조 2050(영국), 기술전략도 2013(일본) 등 세계적 제조업 경쟁력 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해답이다. 첫머리에 ‘차세대 IT’를 선정한 것이 눈에 띈다. 중국 제조 2025는 ‘인터넷 플러스’와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낸다. 이 전략은 말 그대로 기존 산업에 인터넷을 ‘더해서(+)’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인터넷과 제조업을 결합한 ‘공업인터넷’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두 전략은 필연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도록 만들다 보니 고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중국 벤처투자 금액은 작년 155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일 1만개가 넘는 기업이 생겨날 정도로 엄청난 벤처투자 열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단순 ‘하드웨어 제조업’ 국가였던 중국을 빠르게 SW 중심 국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중국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내 SW기업 수는 지난해 3만8695개로 5년 전 2만여개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SW산업 매출도 작년 3조7235억위안으로 2010년 1조3364억위안에 비해 세 배가량 늘었다. SW산업 매출은 전체 ICT산업 매출 14조223억위안 26.6%를 차지했다. 작년 SW인력수는 480만명으로 전년보다 60만명이나 늘었다. SW산업은 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 등 중국 국가전략의 버팀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제조2025’ 10대 영역 (자료=LG경제연구원)>

중국 ‘제조2025’ 10대 영역 (자료=LG경제연구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