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뒷전에 밀린 반도체 산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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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진흥기금 문제가 결국 터졌다. 미래부가 관리하는 기금을 산업부가 타다 써야 하는 구조가 문제였다. 원인은 정보통신부가 해체될 때 산업부(지경부)로 이관된 반도체 업무가 미래부로 다시 이관되지 않고 산업부에 남으면서 벌어졌다. 반도체 업무는 산업부에 남고, 기금관리는 미래부로 이관된 어정쩡한 정부부처개편이 화근이 됐다. ‘정보통신진흥’기금에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연구개발비가 나간다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고, 예산조차 만들지 못한 산업부나, 남은 예산을 매몰차게 자르는 미래부도 자랑할 거 하나 없다.

연초부터 업계에서는 ‘반도체 신규 정부과제가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을 너무 잘해서 더 이상 정부 자금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원인이었다. 중소기업 지원하기도 빠듯한데 대기업에 왜 정부 돈을 줘야 하냐는 시각도 한몫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에 속한 기업이 대한민국에 있던가. 두 기업은 선진기업이지만 나머지 기업은 여전히 후발기업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현실은 초라하다. 글로벌 장비 업체는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지만 1조원 매출을 달성한 국내 장비 기업은 없다. 갈 길이 멀다.

반도체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의 맞경쟁 속에 중국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만 맡겨두면 몇 년 뒤에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부처 간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다. 지금이 투자할 때인지 기업에 맡겨둘 때인지 명확히 근거를 찾아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말로, 민간 자율에 맡겨둬도 된다는 말로 변명해서는 안된다. 예산확보 못한 것을, 시장조사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핑계로 삼지 말아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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