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통신장비···정부·이통사·장비업계 시각차로 해법 난항

5G이통 등으로 수요 창출 vs 장밋빛 발표 불과

통신장비 산업 위기 해법을 놓고 정부, 통신사, 장비업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이 엇갈렸다.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위기 돌파구를 찾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장비업계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20일 국회에서 한국통신학회, 벤처기업협회,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주관 ‘국내 통신장비 산업 활성화 및 미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했다. 하지만 장비 업계 어려움을 해소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완용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국장)은 “정부는 2013년 8월 ICT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고 공공시장 수요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당시 23%였던 공공 분야 국산 장비 도입률을 2019년까지 35%로 늘려나가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개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중소 상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을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남민우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장은 “지금까지 생존한 기업도 하루하루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 5G, SDN, NFV 등 차세대 기술은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며 수치를 발표하는데 ‘장밋빛 프레젠테이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부와 이통사, 중소기업이 모여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관점에서 주제발표를 한 심재희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미래부는 공공 국산 장비를 35%로 늘리겠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는 최근 장비 도입이 아니라 연구개발(R&D) 사업마저 최저가 입찰로 발주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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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장(사진 중앙 오른쪽)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통신장비 산업 활성화 및 미래를 위한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생존한 기업도 하루하루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 5G, SDN, NFV 등 차세대 기술은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며 수치를 발표하는데 ‘장밋빛 프레젠테이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통사는 업계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통신 환경 변화에 따라 이통사 역시 매출과 이익 감소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설비투자(CAPEX) 감소는 여러 요인에 기인하며 장비 업계도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창길 LG유플러스 상무는 “최근 대형 장비 도입 사업에서 국산 장비를 쓰기 위해 수소문했는데 이를 만드는 국내 업체가 없었다”며 “내년에 SK텔레콤과 KT가 이 사업을 할 계획인데 장비업계는 이통사 수요를 미리 파악해 기술개발을 해달라”고 말했다.

하성호 SK텔레콤 부문장은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조기 공급과 합리적 대가 산정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해외에 비해 너무나 높은 주파수 대가를 지불하는데 이 대가는 결국 통신 시장에서 쓰여야 할 돈”이라며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과열 경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점학 한드림넷 상무는 객석 발언에서 “국산 장비 수출을 위해 네트워크산업협회 주축으로 수출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관련 예산이 하나도 없다”며 “중소기업이 모여 어렵게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법·제도적인 지원책이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업계는 이통사 CAPEX 감소, 공공 분야 외산 장비 선호, 가격 후려치기 등으로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국산 통신장비가 사라지면 외산 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국내 통신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국가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