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게임코리아] 허리기업, "국가 책임면피에 위축, 부실 불렀다”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는 중위권 ‘허리기업’이 날로 부실해지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 이후 매출 상위 3개 게임사(2014년 기준)가 큰 폭으로 성장하는 동안 4~10위 허리기업 매출은 많게는 절반 이상 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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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기업 부실은 규제 일변도였던 국가 정책과 보수적이고 위축된 경영에 기인한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게임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온 정책과 법안이 도마에 오른다.

◇부작용에 대한 1차원적 대응이 산업 피해 불러=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게임을 규제하고 단속하는 기저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며 “(국가가 풀어야 할 게임 부작용을)정부기관이나 단체장이 게임산업에 책임을 떠 넘겨 면피했다”고 진단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도 “게임을 심야시간에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셧다운제로 게임이용을 제한한 것이 인기영합주의 정책의 대표적 사례”라며 “산업이 바뀌는 시대에 결정권자가 낡은 개념을 적용하느라 패러다임 충돌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2011년 시행한 ‘셧다운제’는 정부 게임 규제 대표 사례다. 여성가족부가 입안한 이 제도는 심야시간(0시-6시) 만 16세 이하 청소년 게임 접속을 차단한다.

셧다운제 시행효과는 청소년 과몰입 축소와 게임산업 위축이라는 명암을 동시에 가져왔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청소년 매체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정 이후 게임을 이용한 청소년 비중은 2011년 3.4%에서 2013년 0.9%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국내 게임산업은 1조1600억원가량 줄었다. 한경연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게임 과몰입 청소년 비율이 기존 6.51%에서 2.07%로 4.44% P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셧다운제로 청소년 과몰입 일부를 해결했다는 분석이지만, 이 과정에서 산업 손실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과몰입이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게임 차단이라는 1차원적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업계 보수적 경영, 안이한 인식 몰락 자초=국가가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긴 것이 산업 위축 배경이라면 게임업계가 변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도 부실의 원인이다.

2010년부터 모바일게임으로 산업 흐름이 재편됐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넷마블게임즈, 위메이드를 비롯한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매출 상위 10위권 게임사는 사실상 시장 변화를 관망했다는 평가다. 넷마블게임즈를 제외하면 ‘변신’에 성공한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김윤상 게임넥스트웍스 대표는 “온라인게임 제작에 3~4년 시간과 큰 투자를 집행한 대형기업이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모바일게임 개발에) 머뭇거렸다”며 “결과적으로 보수적 의사결정이 지금 위기를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가 책임은 없을까.

김 대표는 “게임업계의 보수적이고 위축된 경영 이면에는 그간 국가나 사회가 게임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게임은 최근 몇 년간 총기사건, 영유아 유기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총기를 소재로 한 1인칭슈팅게임(FPS)이나 몰입도 높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이 지탄 대상이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국민게임’으로 불리며 대박을 터뜨린 게임업체가 따가운 외부 시선이 쏟아지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보수경영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