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지상파·유료방송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지상파 재송신을 비롯한 끊임없이 콘텐츠 대가 갈등을 빚으면서 국민 시청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업계는 방통위 정책 방향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립서비스’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함께 보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 간 공동합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상파가 불참하면서 공동협의체는 흐지부지됐다. 유료방송업계가 최 위원장 발언을 반신반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불참 사업자를 배제해서라도 재송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분쟁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은 반쪽 협의체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의체가 새로운 재송신 산정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지상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애꿎은 시청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지상파와 통신사의 콘텐츠 공급 협상이 결렬됐다.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모바일 IPTV(통신사 동영상 재생 애플리케이션) 가입자는 앞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N스크린, 모바일 IPTV 등 스마트 미디어는 현행 방송법 범주가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사업자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현재 무려 60건에 달하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지고 있다. 방송업계 이전투구는 결국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선순환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주무부처 스스로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갈등을 봉합하는 데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정보통신방송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