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고테크놀로지스와 브로드컴이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 기록을 세웠다. 유무선 통신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경쟁력 있는 분야 입지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아바고는 미국 통신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지난 3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NXP반도체의 프리스케일 인수 금액인 167억달러(약 18조5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싱가포르 기업 아바고테크놀로지스는 HP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사해 탄생했다. 지난해 LSI로직을 66억달러에 인수하고 네트워크 칩과 메모리로 영역을 넓혔다. 네트워킹 장비 기업 에뮬렉스를 6억6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2013년 이후 총 5개 기업을 흡수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에 통신 부품을 납품하며 데이터 저장용 칩도 보유했다.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아바고는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014년 15위였으나 올 1분기 13위로 뛰어올랐다.
브로드컴은 세계 통신용 반도체 거물로 꼽힌다. 유무선 통신 칩과 모뎀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를 보유했다. 셋톱박스, TV용 수신기와 튜너 등에서 입지가 강력하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 등을 공급했으나 수익성이 악화돼 모바일 관련 사업부문을 정리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브로드컴이 인수합병 대상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9위, 아바고는 15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브로드컴 84억2800만달러, 아바고 56만4400만달러다.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브로드컴을 인수했다.
새로운 합병법인은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 규모를 넘어선다. 2014년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7위의 새로운 반도체 기업이 탄생한 셈이다.
이번 합병으로 세계 통신용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새로운 합병 법인이 세계 유선통신 IC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위인 인텔보다 5배 이상 큰 수치다.
세계 무선통신 IC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약 8% 이상 늘어나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텍에 이어 4위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통신용 반도체 시장에서 14% 점유율로 퀄컴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3위는 삼성전자다.
반도체 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 성사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 순위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위 삼성전자는 1위 인텔을 바짝 쫓으며 위협했고 NXP는 프리스케일을 합병해 세계 10위 등극이 유력하다. 아바고는 브로드컴 인수 효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누르고 7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표. 새로운 합병법인으로 본 2014년 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 (자료: IC인사이트)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