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 1472억원 규모 해군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 구축 프로젝트에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를 적용한다. 성과공유제는 프로젝트에서 이룬 성과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기업이 공유하는 것으로, 대표적 대·중소기업 상생모델로 손꼽힌다. 건설·제조 분야에 적용된 바 있지만 국방 정보화 사업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해군 C4I 프로젝트는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이어서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발주한 해군 전술C4I 체계 성능개량 사업에 대·중소 성과공유제를 시범 적용한다고 25일 밝혔다. 방사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지난해 협력을 체결하고, 국방정보화에 최적화된 성과공유제 적용 모델을 개발했다.
방사청은 최근 배포한 해군전술C4I 제안요청서(RFP)에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대응을 제안 조건으로 명시했다. 주 사업자는 최소 두 업체에 대한 성과공유제 적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통상 대형 정보화 사업 하도급업체가 20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 업체에 성과공유제를 시범 적용하는 셈이다.
성과공유 방식은 사업 대가 현금보상, 제품 구매 보상, 지식재산권 보상, 전문인력과 교육지원 등 다양하다. 방사청은 성과공유제 도입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순 성과공유 계약서 아닌 구체적인 성과공유 방안을 제출하게 했다.
제안업체가 성과공유 방안을 제출하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국방정보화 특수성에 맞춰 개발한 모델에 따라 확인 및 평가를 진행한다. 기존 건설이나 제조산업에 적용했던 것에 비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해군 전술C4I 사업대상으로 시범 적용한 후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다른 사업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군 전술C4I 사업은 6월 29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LG CNS·SK C&C·포스코ICT·롯데정보통신·쌍용정보통신 등이 제안을 준비한다. IT서비스기업과 중소 소프트웨어(SW)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도 활발할 전망이다. 올해 최대 규모 공공정보화 사업이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 전술C4I 사업에 대·중소 성과공유제가 도입됨에 따라 정보화 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하도급 불공정 관행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국방·공공 등 정보화 시장에서는 주사업자와 하도급 업체 간 사업대금 미지급 등의 문제가 단골로 지적돼왔다.
성과공유제가 도입되면 성과를 정해진 방법으로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 대금 미지급 등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현금 보상뿐 아니라 장기계약, 물량확대, 판매수공유, 공동특허 등도 공유 사례가 될 수 있어 중소 협력업체는 여러 모로 유리하다.
적용 사례가 없는 탓에 방사청이나 제안업체 모두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지난 19일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성과공유제 도입 관련 내용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성과공유제를 방사청 사업부서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제안 준비업체도 성과공유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성과공유제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 하지만 기존 공공정보화 사업 중 적용된 사례가 없어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과공유제 적용에 어려움도 토로했다.
또 다른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수주형 사업 특성상 수행 과정에서 변경이 자주 발생하는데 제안서에 확정적으로 성과공유를 명시하면 대응이 어렵다”고 전했다. 개발 결과물이 국가에 귀속되는 특성으로 하도급업체와 성과를 공유하는 방안이 제한적인 것도 한계점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시범사업이라 개선사항은 있을 수 있지만 성과공유제가 정착되면 고질적 문제인 주사업자와 하도급업자 간 성과공유 불공정 관행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과공유제=기업 간 공동 노력을 들여 거둔 성과를 사전에 정해진 방법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는 계약제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맞춰 시행됐다. 협력활동 목표합의, 사전계약체결, 성과공유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성과공유제를 적용한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