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격화되는 2조4000억원 정수기 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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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시장이 격변을 겪고 있다. 기존 강자 코웨이를 선두로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쿠쿠전자 등 정수기 렌털 후발업체는 시장 주요 업체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코웨이 뒤를 잇는 2위가 되려고 김수현, 현빈 등을 모델로 기용하며 마케팅 확대에도 치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마의자 렌털기업 바디프랜드까지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됐다.

◇정수기 시장 꾸준히 커져…올해 2조4000억원대

정수기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3000억원대에서 2013년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2조 2000억원으로 커졌다. 매년 평균 1000억~2000억원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2조 4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컨 시장(1조3000억원)과 김치냉장고 시장(8000억원)을 합한 규모보다 크다. 가구보급률은 60% 수준이다.

코웨이 정수기 회원 수는 2012년 298만6398명에서 2013년 301만8027명으로 뛰었다. 코웨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웨이 정수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5%를 차지했다. 매년 렌털 계정은 꾸준히 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10% 초반대, 동양매직과 쿠쿠전자는 점유율 6~8%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정수기 시장은 코웨이, 쿠쿠전자,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4사가 약 70%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4% 수준으로 추정된다.

동양매직, 쿠쿠전자는 홈쇼핑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동양매직은 지난해 NH글랜우드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렌털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 조직도 총 5개 부문에서 렌털과 가전으로 단순화시켰다. 이후 동양매직은 대대적인 홈쇼핑 렌털 판매에 돌입했다. 최근에 진행한 슈퍼정수기 홈쇼핑 방송에서는 목표 대비 200% 이상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에 본격적으로 정수기 렌털 사업에 뛰어든 쿠쿠전자는 홈쇼핑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쿠쿠전자는 2012년 렌털 매출 491억원에서 2013년 787억원, 2014년 1196억원을 기록했다. 쿠쿠전자 렌털 계정에는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돼 있지만 정수기 비중이 가장 크다. 쿠쿠전자는 “정수기 산업 특성상 영업망과 사후관리서비스(AS)망을 구축하고 있는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와 렌털 자체 운영조직 구축, 기존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렌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밝혔다.

후발업체의 거센 추격에 청호나이스는 ‘커피정수기’라는 차별화된 영역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얼음정수기 강자인 만큼 얼음과 커피를 결합해 내놓은 융합 제품이다. 청호나이스는 커피정수기 업소용, 가정용, 카운터톱 제품 등 라인업을 강화하며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 정수기 품목은 동양매직, 쿠쿠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후발업체인 바디프랜드는 올해 정수기 매출로 600억원 이상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갈아 끼우는 직수형 정수기 W를 내세웠다. 바디프랜드는 방문판매 인건비를 대폭 줄여 정수기 가격을 낮췄다. 5월 중 냉온수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추가 라인업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3~5년 짧은 교체 주기와 관리서비스로 마르지 않는 샘물…마케팅 경쟁 치열

정수기 시장은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렌털 약정기간인 3~5년에 맞춰 신제품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보통 5~10년 주기로 바뀌는 일반 가전제품보다 교체 주기가 짧은 편이다. 또 정수기 약정이 끝난 이후에도 제품 특성상 필터 교체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일정 비용을 내며 관리서비스를 받는다. 정수기 산업은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제품군이 아닌 셈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고 본 후발업체가 지속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다.

정수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자들은 톱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에도 돌입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부터 한류배우 김수현을 내세워 TV광고를 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가수 이승기, 동양매직은 배우 현빈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기 위해 정수기 크기도 줄이고 있다. 한참 ‘저수조’ 타입의 정수기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직수형’ 정수기가 유행이다. 직수형은 저수조가 없어 제조원가가 줄고, 몸집을 작게 해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중공사막 방식으로 필터 가격이 저렴하다. 직수형은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코웨이, 동양매직, 쿠쿠전자, 교원, LG전자 등은 렌털료 1만~2만원대의 직수형 정수기로 1~2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방문판매, 홈쇼핑에 치우쳤던 유통채널도 넓히고 있다. 동양매직과 쿠쿠전자는 롯데하이마트에 ‘장기 무이자 할부’ 판매를 시작한 후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도입 이후 4개월간 월 평균 5000대가 넘는 정수기가 판매됐다. 특히 3월에는 전달보다 20% 이상 늘었다. 방문판매에 집중하던 코웨이도 이달부터 하이마트 장기 무이자 할부 판매를 시작해 유통채널 다변화로 매출 확대에 나섰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