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 '사무장 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에서 환수가 결정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들어 2000억원을 넘어섰지만, 대부분은 미징수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불법개설기관 30곳을 대상으로 한 환수 결정 금액은 2033억7700만원이었다.
이미 지난해 전체 환수결정액인 1878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금액 중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 28곳의 환수결정액이 1313억3300만원으로 64.6%를 차지했다. 약국 2곳의 환수결정액은 720억4400만원이었다.
7월 기준으로 공단이 환수를 결정한 후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152억6700만원으로 징수율은 7.5%에 그쳤다. 나머지 1881억1천만원(92.5%)은 징수하지 못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그 명의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면허대여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 등을 고용해 운영하는 약국이다.
공단이 적발한 불법개설기관 사례에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를 물에 담가 질식사시킨 산부인과와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산삼약침' 등을 영업하며 선결제 진료비를 챙긴 후 잠적한 한방병원 등이 포함됐다.
공단은 수사기관에서 불법 개설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전달하면 해당 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 등을 일단 지급 보류하고 나머지 금액은 환수하고 있다.
환수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이 재빠르게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며 압류를 피하는 데 비해, 경찰 수사는 평균 11개월에 이를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단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 운영해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되면 수사 기간이 3개월가량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재작년부터 불법개설기관 대상 환수 결정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징수율이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황이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건보공단 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