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필터 없는 공기청정기 세계 최초 개발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 등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쉽게 걸러지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먼지이고, 이보다 더 작은 지름 2.5㎛ 이하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 매연 등 오염물질에서 배출되고 중국에서도 상당량이 유입된다. 미세먼지는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로 침투하는데 각종 중금속과 납 등의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다. 초미세먼지는 혈관으로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부로 침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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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종한 인하대병원 교수팀은 30대 이상 수도권 지역 거주자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이 15.9%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실외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까지 침투해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려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필터를 제때 교체하지 않아 효과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터 교체 등 관리 부담 때문에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불편을 해소한 신개념 공기청정기를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임용택) 환경기계시스템연구실 한방우 박사팀은 극미세 마이크로 탄소섬유 방전극을 이용해 실내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실내용 습식 공기정화기술을 개발하고 공기청정기 전문 업체 지홈에 기술 이전해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5~10㎛급 미세한 마이크로 탄소섬유 방전극을 사용해 낮은 전압에서도 효율적으로 방전을 일으킨다. 물이 흘러내리도록 설계된 수막형 집진극을 통해 먼지에 전기를 띄게 해 필터 없이도 포집된 먼지를 수막과 함께 하단부 수조로 이동시키는 구조다. 공기정화와 가습이 동시에 가능한 세계 최초 기술이다.

그동안 먼지에 전기를 띄게 하는 전기집진 방식의 실내용 공기청정기는 고전압을 사용해야 해 오존이 권고치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반면 한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돼 오존 발생 위험이 없고 압력 손실이 적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우수하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기존 공기청정기가 하루 12시간 가동할 경우 최소 6개월마다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데 반해 이번에 개발한 공기청정기는 필터가 필요 없는 구조로 반영구적이다. 하단부 물만 교체하면 돼 유지관리가 편리하다.

기존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필터를 사용한다. 필터 방식은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미세먼지 초기 처리성능은 우수하지만 장시간 사용 시 필터 압력손실 증가로 운전비가 증가할 수 있다. 또 관리를 소홀히 하면 필터 오염에 따른 미생물, 악취 등 2차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주기적인 필터 교환과 점검에 따라 유지관리비도 높다. 다량의 필터 폐기물 발생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단점이 있다.

반면 한 박사팀의 공기청정기는 필터가 없어 2차 오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방우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필터를 사용하는 기존 공기청정기와 전혀 다른 신개념 공기청정기”라며 “가정용 소형 공기청정기를 시작으로 향후 건물에 탑재된 빌트인 공기청정기나 대형건물의 주차장, 지하상가, 공항, 산업용 시스템 등 대형 공기청정기 시장에도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과 관련해 논문 4편을 발표했으며, 주요 특허 3건을 포함한 10여건 특허를 등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