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합재난과 원전 사고 현장에 투입 가능한 로봇을 개발한다. 미국과 공동 연구개발(R&D) 사업도 전개한다.
재난대응로봇은 대형 화재, 원전 사고 등 복합재난 현장에서 사람이 하기 힘든 임무를 수행하는 기기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인간의 현장 대응 능력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대규모 국제 재난대응로봇경진대회를 열어 해외 기술을 규합 중이다. 일본 정부는 과학기술혁신종합전략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재난대응로봇 개발을 정했다. 2013년 372조원에서 2022년 612조원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재난안전 시장을 겨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년간 1000억원 내외 예산을 투입하는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제조업 혁신 3.0’과 ‘안전산업 활성화 방안’ 일환이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짙은 연기 속에서 작동하는 센서, 험지 구동용 크롤러(crawler) 시스템 개발 등이 진행된다. 산업부는 오는 2021년 기술 개발과 현장 검증을 마치고 이듬해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기획 단계부터 국민안전처·한국수력원자력 등 수요처와 협의해 실용성을 높인다.
선진 기술국과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산업부는 최근 미국 국방부와 재난대응로봇 분야 첫 협력 약정(Terms of Reference)을 맺었다. 양국은 하반기 워크숍을 개최해 연구과제를 발굴한다. 이르면 내년 공동 R&D에 착수한다.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에서 열리는 국제재난대응로봇경진대회 결승전은 우리 로봇 기술 수준을 가늠할 좋은 기회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KAIST·로보티즈·서울대 한국 3팀을 포함해 미국·일본·EU 등 총 25개 팀이 최종 결선에 올랐다.
결선 진출 팀 가운데 8개 팀이 KAIST와 로보티즈가 각각 개발한 ‘휴보’와 ‘똘망’ 로봇을 사용한다. 미국 로봇은 10개 팀, 일본 로봇은 5개 팀에 채택됐다. 재난안전로봇 시장 선점을 둘러싼 한·미·일 3국 간 기술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김정회 산업부 기계로봇과장은 “단일 로봇이 아닌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재난대응로봇 핵심 기술 개발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