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와 대입전형에서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으로의 개편 효과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수능의 입시 영향력을 줄이고, 입시도 학생부와 논/구술 전형 등 다양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박성현)이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수학 수능개혁’을 주제로 개최한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수능과 대입 개편 없는 교육과정 개편에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발표자로 나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에게 문·이과 구분하지 않는 수능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소위 문·이과 통합형 수능 목표”라며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개정 작업에 착수한 통합형 교육과정은 7개 공통과목, 51개 일반선택, 42개 진로선택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길러주겠다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선택권을 강조한다”며 “수학능력보다 단편적인 개념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문·이과 구분 교육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갑자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제시한 의도에 진정성이 없었고, 현 수능이 사실은 과거 학력고사로 회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정책과 교직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사회적 수요를 고려한 후진적 공교육을 학생의 미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진형 공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입시의 진정한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의 학생 선발기능을 점진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현 수능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교육과정 개편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현재 학생들은 대학에서 전공하고자 하는 학문과 관계없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한다”면서 “수능의 원래 취지와 문·이과 통합형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을 6개 공통과목으로 제한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종 예당고등학교장(한림원 과학수학교육위원)은 “2018년 도입 예정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공통과목, 일반선택, 진로선택으로 구성돼 있어 현 교육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과목 선택권 보장과 교사 수급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이 문·이과 구분현상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