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무 부처(산업부·환경부·국토부)와 관련 산학연이 처음 머리를 맞댔다. 산업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실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전기차 분야 산업융합촉진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은 업계가 사전에 제시한 산업부·환경부·국토부 간 협업모델 발굴과 소형(저속·마이크로)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확대에 따른 시장 제도·규제 개선 논의에 집중됐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김필수 전기차리더스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우리나라 전기차산업이 태동한 지 8년이 됐지만 관련 부처와 민간이 다같이 모여 현실적인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자리는 거의 없었다”며 “당장 제도 개선 등 결과를 도출하기 보다 정부가 민간시장 애로를 인식하고 민간 주도 시장창출을 함께 도모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업계, “일원화된 부처 정책 조율 절실”
이날 토론에선 부처 간 사업 중복과 제각각인 보급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민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정부 주도형 시장정책이 민간 주도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규제 포스코ICT 부장은 “지금까지 환경부가 보급 사업을 주도했는데 올해 들어 산업부가 한전과 에너지관리공단을 앞세워 유사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민간 기업뿐 아니라 보급주체인 지자체까지 어느 부처에 호흡을 맞출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부처 간 일관성 있는 정책 조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시장 창출을 이유로 추진하는 민간영역의 충전인프라 사업에 앞서 시장 환경조성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주장은 정책 컨트롤타워 필요성으로 모아졌다. 김필수 협회장은 “정부 보조금 등 지원만으로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 개선을 통한 선진형 보급모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범 부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정부와 시장 주체가 공감하는 정책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보급정책이 시장 및 생태계 조성 중심으로 전개돼야 한다는데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이 부장은 “아직 전기차가 초기 시장인 상황에 민간이 대규모 투자를 섣불리 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기간망, 지선망을 지원하고 민간이 간선망에 투자해 충전인프라 등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며 “해외 사례에서 보듯 전기차 주차장, 일부 전용도로 등 우대정책만으로도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자생적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면서 애로점 해소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김덕기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 사무관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춰 민간 전기차 사업 성공모델을 만들고 확산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 애로가 없도록 협의하고 정책 개선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시장 창출에 목마르다
중소기업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시장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적 유인책이 시급하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부품 수가 10% 이하로 기계적 엔지니어링 기술을 크게 요하지 않는 만큼 중소기업 시장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정용 새한 사장은 “도심 주행 차량의 50~60%가 출퇴근 차량으로 일일 주행거리가 60㎞ 수준이기 때문에 저속·마이크로 전기차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며 “정부가 도로제한이나 차량개발에 필요한 안전인증 등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프랑스나 유럽·미국 처럼 중소기업 자동차의 시장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필수 회장도 “중저속 전기차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 형성됐음에도 우리는 제도에 가로막혀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다”며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80㎞로 제한해 저속차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조차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정부의 제품인증 절차와 관련 규제 완화도 주문했다. 신상희 중앙제어 대표는 “우리나라 충전기에 3가지 표준방식을 채용함으로써 한 개 충전기로 개당 2000만원이 드는 국가 인증을 최대 여덟 번이나 받아야 한다”며 “비용과 시간적 부담에 시장진입까지 늦어지는 만큼 파생인증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조전기차 시장 규제 완화와 중고차 등 전기차 후방산업을 위한 지원책, 전기차 유지보수 관리 인력 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희수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국민 수요 관점에서 전기차를 대·중·소형 규모별 보급이나 도로정책 등을 보다 세분화할 뿐 아니라 전용도로 허용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해 볼만 하다”며 “부처별 사업이 중복으로 비춰지면 안 되는 만큼 민간 기업이 느끼는 애로를 토대로 옴부즈만 중심으로 협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연수 국무조정실 과장은 “이미 부처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기차 분야의 다양한 인증제도 등 미흡한 점이 다소 있다는데 공감한다”며 “해당 기관이나 개별 부처에 해당되는 건 정리를 해서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