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신임 협회장 공모에 들어갔다. 오늘까지 접수해 다음 주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공모라고 해도 업계가 미리 점찍은 인물을 뽑는 게 관행이다. 경선까지 가도 그렇다. 특히 케이블TV 출범 20주년을 맞으면서 신임 협회장에 대한 업계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전문가를 내세우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몇몇 인물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쉽지 않을 듯하다. 숱한 잡음이 일다가 느닷없는 청와대 낙하산 내정설까지 나왔다.
낙하산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능력이 있으면 써야 한다. 협회장은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다. 방송처럼 규제가 심한 분야 협회장이라면 대관 업무 속성상 낙하산도 유용할 수 있다. 그래도 업계가 이번만큼은 내부 전문가를 뽑자는 것엔 이유가 있다. 정·관계 출신 낙하산이 그간 한 게 뭐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지금 업계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IPTV 공세에 밀려 유료방송 주도권마저 곧 내줄 판이다. 합산규제로 KT를 묶어놔도 다른 IPTV업체만 신이 났다. 포화한 유료방송시장은 한정된 가입자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싸움터다. 통신방송 융합 가속화로 무선망 없는 케이블TV 입지는 갈수록 좁다. 암울한 전망은 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업체 주가 반토막으로 그대로 반영됐다. 티브로드는 올해 상장 계획조차 불투명하다. 3위 씨앤앰은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닥친 위기를 어찌 돌파할까 밤잠 못 자고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낙하산이라니 답답하다. 시절 좋았던 몇 해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업계 상황은 낙하산을 받아들일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지도 못한다. 업계 1, 2위가 총수 구속으로 정권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정작 그 기본인 업계 자율을 해치는 모순을 뻔히 보고도 업계는 ‘찍’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이 자괴감이야말로 경쟁사, 지상파방송, 정부에 이리저리 치이며 미래까지 어두워 출범 후 최대 위기인 케이블TV업계가 더 나락으로 떨어질 징조다. 안타깝고 또 한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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