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단지 출범 50주년을 맞아 재도약을 위한 전환점은 마련했습니다. 2015년을 ‘창조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실행 원년‘으로 삼아 보다 적극적으로 산업단지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습니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올해가 산업단지의 새로운 50주년을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1964년 처음으로 국가 산업단지가 구축됐다. 올해는 다가올 50년의 대계(大計)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노후 산업단지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특별법(노후거점산업단지의 활력증진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다”며 “상반기 중으로 세부 시행령과 실질적 산업단지 고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행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 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구로공단)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산업단지를 산업화 주역에서 창조경제 거점으로 재창조해 나가자’고 주문한 바 있다.
강 이사장은 “아직까지 산업단지의 지난 반세기 성과 뒤에는 산업단지 노후화, 고용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며 “기존 전통 노후산업단지를 사람과 기술, 문화가 융합〃발전하는 ‘창조산업단지’가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산업단지에는 8만여개 입주기업과 200만명의 근로자가 종사한다. 전국 제조업 총생산의 69%, 수출의 81%, 고용의 47%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발전 전진 기지로 산업단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강 이사장은 “국가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산업단지”라고 강조했다.
-산업단지 노후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정비 계획은.
▲2015년을 노후단지를 창조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실행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산업단지도 이제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와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때가 됐다.
옛 구로공단이 ‘G밸리’로 변모한 것처럼 전국 제조업중심 노후 산업단지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노후 산단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 산업단지 혁신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올해는 이를 토대로 특별법의 하위법령을 조속히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또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8개 혁신 단지를 추가 선정해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산업, 기술, 문화가 융합 발전하는 창조적 복합공간으로 구축해 젊은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해 나갈 것이다.
-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사업이 추진되나.
▲전국 산업단지에는 8만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산업현장 대다수 중소기업은 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많은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거나 아예 정부 지원서비스 자체를 모르는 일이 많다.
이런 현장형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기관의 여러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구축하겠다. 기업의 경영활동 전 주기에 걸쳐 기업성장을 지원하는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구분된 지원시스템은 기업이 막상 서비스를 받으려 할 때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
지난해 기업성장종합지원센터 10군데를 개소해 기업이 입지선정 컨설팅부터 공장설립 무료대행, 글로벌 마케팅 지원까지 전 주기에 이르는 지원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 3.0 우수사업 사례로도 선정됐다.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의 수출기업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도 철저하게 ‘글로벌’을 지향해야 한다.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둘 것이다. 기존 기업주치의센터도 ‘기업성장지원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다.
컨설팅 제공은 물론이고 기술연계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기업의 글로벌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 각 센터에는 기술거래사 등 전문인력도 배치시켜 기술사업화와 사업 다각화 시도도 체계적으로 돕도록 했다.
센터 수도 더 늘리겠다. 이미 가동 중인 4군데 이외에 3개(판교·천안·원주)에 추가로 센터를 추가 배치한다. 오는 2018년까지 16개 시도로 기업성장지원센터를 확산할 계획이다.
-산업현장에서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해법은.
▲어느덧 취임한 지 1년 5개월에 접어든다. 돌이켜보니 매주 3~4개의 기업체를 방문했다. 페이스북에 방문 기업을 소개한 글만 160개가 넘더라. 산업현장 특히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자 했다.
산업현장에 가보면 기업들이 여러 애로를 호소한다. 가장 많이 듣는 것이 구인난이었다.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지만, 다른 쪽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제조업에서는 생산기술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단지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청년층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단지별로 기업과 학교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범사업도 추진하겠다.
-산업단지에 많은 기업이 있다. 취업난 해소 역할을 기대할 만한가.
▲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청년층은 구직난을 겪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산업단지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도 단지 내 인력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학교 및 교육기관 간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업체 반응은 만족스럽다는 쪽이 많다. 구직을 희망하는 젊은이들도 미리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기술을 습득하고 곧바로 채용되니 쉽게 적응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산단공은 지난달 정부 서울청사에서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단공과 교육부는 산업단지별 산학인력 양성협의체를 구성, 산업단지별 인력수급 실태 및 수요조사, 맞춤형 인력양성 및 공급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인과 자주 소통하는 기관장으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느낀 점을 한두 가지 소개한다면.
▲기업은 자기 일에 바빠서 좋은 지원 정책이 있어도 잘 활용을 못하는 일이 많더라. 지원 기관들이 보다 한발 앞으로 다가가 기업이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줄 필요가 있다. 기업을 돕기 위한 종합지원 플랫폼을 보다 현장에 가깝게 배치해 나가겠다. 산단공도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큰 패러다임 전환에 나설 것이다.
입주기업 경영진에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한 CEO가 설비투자를 했더니 주변에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기업들이 활기차게 일하고 새로운 도전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산단공도 이런 기업인들의 도전적 기업가 정신을 보다 밀착 지원하겠다.
◆산업단지 제조혁신 위한 ‘스마트공장 지원센터’ 가동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제조혁신을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센터’가 올해 4개, 2017년까지 17개가 만들어진다. 제조업과 ICT 융·복합을 통해 ‘스마트 산업단지’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지원센터는 우선 기존 제품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돕고, 제조·관리 분야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기업에 제공한다. 지원센터는 정부 예산 확보와 전담조직(본사 및 지역) 가동, 스마트공장 추진사업을 총괄하는 기능까지 맡는다.
먼저 기존제품에 정보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IT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산업혁신 3.0’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재원을 활용하여 솔루션 설치비를 보조한다. 1차 사업(2014년 6월~2015년 5월)을 통해 180개사에 약 200억원의 컨설팅과 솔루션 도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클라우드시스템 구축도 동시에 추진된다.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이 통합서버에 접속해 솔루션을 저렴하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올해 4개 단지에서 우선 시행된다. 미래부 예산으로 단지별로 10억원 내외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시범단지부터 구조고도화, 클라우드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에너지관리시스템도 스마트공장 지원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IT를 통해 공장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지원한다. 오는 2017년까지 10개 단지에 FEMS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공장 내 전기, 가스 등 소비량을 센서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원격 제어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 에너지 이용합리화자금(융자) 등을 활용,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우선 도입하고 단계적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산단공은 스마트공장 지원센터의 전 주기적 기업지원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입주기업 스마트화 실태조사를 통해 기업수요를 우선 발굴한다. 이후 수요·공급 업체를 매칭시켜 본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남훈 이사장은
지난 2013년 9월 한국산업단지공단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행정고시 26회(1982년)로 동력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에서 산업단지혁신, 지역산업진흥, 산업구조고도화, 에너지수급 등 굵직한 산업 및 에너지정책을 수행해 왔다.
대통령실에서 지식경제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산업, 무역투자, 에너지, 경제 등 실물경제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했다.
강 이사장은 대구 계성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석사)을 거쳐 미시간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리), 국제법률회사(미국) 등 다양한 해외기관 연수와 근무를 통해 국제적인 안목과 전문역량도 두루 확보했다.
산업자원부 시절 산업단지의 혁신과 구조고도화를 위해 ‘산업단지의 혁신클러스터화 전략’을 수립해 2004년 6월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회의에 보고한 뒤,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함으로써 실질적인 산업단지와의 연을 맺게 됐다.
그가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혁신 클러스터 사업이다. 단순 생산 생산기능 중심의 산업단지에 연구 및 혁신기능을 연계시켜 고도화를 꾀한다는 접근이다.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사업은 지난해 사업 10년차를 맞이했고 그동안 꾸준한 성과를 내왔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강 이사장은 오는 11월 제18차 세계클러스터경쟁력총회(TCI 국제 콘퍼런스)를 한국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50여개국의 클러스터 정책 전문가와 유관기업들이 참가하는 세계 대회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산업단지 클러스터 추진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