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수출 中企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Photo Image

본래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수출환경이 녹록치 않다보니 현장 목소리에 귀가 더 크게 열리는 것 같다. 연초부터 다양한 수출 현장 간담회를 열어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애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경제 재도약’이 지상과제인 요즘, 다시 한 번 수출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기업 위주의 수출 성장은 한계가 있으니 수출액을 늘릴 해답은 중소기업에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중소기업 수는 9만개로 전체 320만개 중소기업의 3%에 불과하다. 또 전체 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OECD 평균인 39%에 못 미친다. 끌어올릴 여지가 많은 셈이다. 중소기업 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맘껏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도록 디딤돌을 놓아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상했던 대로 현장에서 접한 목소리는 절박했다. 전국 13개 지역 서비스자문단장 초청간담회를 시작으로 대구와 광주 등서 잇따라 연 지방 중소기업 수출애로간담회에서 만난 고객들은 저마다 고충을 토로하며 도움을 구했다. 좀 더 유용한 해외시장 및 상품 정보를 제공해 달라, 무역사절단 파견이나 수출상담회 때 유력 바이어를 연결해 달라, 해외인증 및 인·허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아쉽다, 언어장벽 문제를 해결해 줄 도움이 필요하다 등 각양각색의 어려움이 가감 없이 쏟아졌다. 때론 사장으로서 듣기 거북한 얘기까지 나와 낯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기업들이 토해내는 불만은 고질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불만은 어째서 해소되지 않고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기업의 수요 또는 현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공급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이다. 평소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부족한 것도 이유다.

따라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맞춤형으로, 단편적·일회성 지원에서 패키지형·지속적 지원으로 혁신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갈수록 무역환경이 복잡해지고 수요가 다양해져 모든 고객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일면 제공하는 서비스에 안주하게 되고, 불만족 사례들에 대해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고객의 애로를 해소해주는 일에 90점짜리는 의미가 없다. 작은 구멍 하나가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단 1%의 불만도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서비스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끌어올릴 수는 없다. 진심을 다해 꾸준히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 말고 달리 지름길이 없다. 쉼 없이 한 걸음씩 다가서다 보면 다소 부족하더라도 고객은 진심을 알아주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처럼, 경청하면서 다가가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같은 지적이라도 반복해서 경청하고 진정성 담긴 답변을 들려주는 것이 의미 있다. 고객이 제기한 불만들은 5개 권역별 수출지원단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그 다음은 본사와 해외무역관에서 맡고,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애로사항들은 유관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 주겠다는 답변이 진심으로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얼어붙었던 대지가 훈풍에 녹아내리듯 움츠러든 경제에 봄기운이 밀려들면 좋겠다. 봄은 남녘으로부터 오듯이 경제의 봄날도 지방 중소기업들이 좁은 내수를 벗어나 수출의 문을 열어젖힐 때 오지 않을까. 전국 순회 현장방문이 수출 물꼬를 트는데 목마른 중소기업들에게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김재홍 KOTRA 사장 jkim1573@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