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11일. 엔씨소프트 코스닥 첫 거래가 있었던 날이다. 공모가는 7만원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엔씨소프트는 코스피에 진입했고 시가총액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실적 역시 창사 이래 최대인 8387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게임 대장주로 엔씨소프트 등락 굴곡은 그대로 게임산업의 역사다.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다. 15년간 한국 게임 산업의 맏형이었고, 한국 최고 게임개발사로서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다툼 표면에는 양사 협업 실패가 있다. 그리고 논란 깊은 곳에는 지난 15년 동안 쌓여온 한국 게임사 상장의 그늘진 자화상이 자리 잡고 있다.
김정주와 김택진 두 사람 모두 넥슨과 엔씨소프트 상장을 통해 1조대 이상의 자산을 축적한 게임계 거목이자, 한국의 거부들이다. 이들은 2012년 새로운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협업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귀결되면서 오늘의 경영권 분쟁에 이르렀다.
협업의 실패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2년 협업 당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30만원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2014년 말 엔씨소프트 주가는 13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주식회사가 8000억원대 지분투자를 했는데,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면 주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사의 협업이 실패한 이면에는 기술혁신보다는 이익을 극대화 하려했던 국내 게임업계의 불편한 진실이 자리한다.
엔씨소프트 상장 대박 이후 수많은 게임회사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혹은 우회사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흔히 1세대로 불리는 창업주들은 이를 통해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이들은 상장자금을 진보적 게임개발이나 이용자 편의 등에 투자하기 보다는 창업주 부축적과 M&A 자금으로 주로 썼다.
상장을 통해 발생한 부작용은 대부분 이용자들에게 전가됐다. 주요 상장 게임회사들은 해외시장 개척이나 대작 개발투자보다는 실적확대를 위한 ‘서비스 방법’ 즉, 현재의 수익모델을 극대화 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게임사들은 게임이용자 일인당 매출을 높이는 것을 당면과제로 삼았다. 게임성에 영향을 미치는 캐시 아이템, 사행성 높은 확률형 아이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액제 게임마저 게임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현금성 아이템 판매를 통해 이용자 1인당 매출을 극단적으로 높였다.
엔씨소프트가 2014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 게임 이용자 확대보다는 정액제 게임에 도입된 다수 캐시 아이템을 통한 수익확대라는 점에서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법이 건전한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도 각자 회사 이익과 입장만 앞세운 결과 국내 1, 2위 업체의 협업이 ‘안하느니만 못한’ 사례로 남았다.
상장을 통해 일부 창업주들은 커다란 부를 얻었지만 한국 게임산업 전반에 그만큼 기여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과 엔씨의 경영권 다툼은 게임산업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함을 준다.
최근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상장 러시가 이어진다. 넥슨과 엔씨 갈등을 보며 게임회사들이 상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bhjun@n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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