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정치권의 증세 복지론과 관련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증세 없는 복지’ 정책 고수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연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 했는지 항상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정치권의 ‘증세복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증세 없는 복지 정책기조 수정을 요구해온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등 여당 내 비주류는 물론이고 박근혜정부와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비판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야당 신임 지도부를 향해 증세 논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증세·복지 논쟁의 해법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경제활성화 대책 등을 전제하지 않는 단순한 증세 또는 복지지출 구조조정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 그것이 항상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증세가 기업·가계의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업이 투자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렇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뭐가 되는 것 같아도 링거(수액)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반짝하다가 마는 위험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각종 규제혁파와 공공개혁 등 경제활성화 대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과제는 정부나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국회, 여야가 협력해 풀어나가도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과 기업, 벤처의 사기가 꺾이고 무기력증에 빠져들기 전에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각종 정책을 한마음으로 펼쳐 경제활성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창조경제와 관련해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원기업인 테그웨이(TEGway)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10대 IT 신기술’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추세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 시대는 혁신 없이는 성장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